UR독존의 1호 수제자 강풀화1 [1062561]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3-08 13:42:32
조회수 2,419

독해 칼럼) 영어든 국어든 지문은 '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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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메신저를 하다 느끼는 것은 글은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나마 이모티콘이 많이 생기고, 그만큼 많이 쓰게 되어서 글에 덧붙여 우리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라는 게 결국 이런 문자로 밖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하기에 농담삼아 화난 척을 하면 진짜 화났다 생각하고, 웃으면 마냥 재밌어하는 것으로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반/비언어적 표현이 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우리가 수능 지문을 읽으며 가장 힘들어 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우리가 비슷한 내용을 만약에 강연으로 직접 듣는다 생각하면 과연 우리가 수능 지문을 읽을 때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느껴질까요? 전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직접 말하고, 행동으로 묘사함으로써 우리의 뇌는 더욱 활발히 작동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졌던 문장은 그 사람의 목소리와 제스처를 떠올리며 곱씹을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글로만 된 수능 지문의 경우 우리는 곱씹을 수 있는 기억의 요소가 매우 적죠. 그 때문에 지문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고, 말 그대로 '글자가 튕겨져 나가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전 요즘에 지문을 읽으면 속으로라도 제가 강연을 한다는 느낌으로 읽고 있습니다. 영어든 국어든 상관없이요. 내가 강연자가 되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을 말한다 생각하고 문장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글이 잘 읽힙니다. 


 지문을 읽을 땐 여러분이 직접 TED 강연을 하고 있다 생각하시라는 얘기입니다. 주제가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결국 강연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정보 전달'이 전부니까요. 지문 속에서 강연자(여러분)는 어떤 정보를 말해주고, 그 정보가 시대에 따라 취급 방법이 달라졌거나 최근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없이 알찬 강연이죠. 그렇게 지문을 읽고, 정보를 얻으면 그것은 나의 또 다른 배경지식이 되고, 강연을 함과 동시에 듣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수능 지문을 어찌 보면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를 찾아야 할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도 문제 발문 자체가 이렇게 나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도 결국엔 '정보 전달'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주장했다.'라는 문장은 다르게 해석하면 '누군가 어떤 주제에 대해 펼친 주장은 이렇다.'라는 사실을 전달한 거니까요. 그 사람의 주장이 곧 그 지문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보인 것입니다. 이 뒤에는 이 사람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논리적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은 뻔하지 않습니까? 


 어떤 지문이든 지문 내의 문장들은 가장 거대한 '정보'라는 틀 안에 각자의 표현방식만 다를 뿐이지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지문들은 모두 하나의 대본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한 번 명견만리나 TED같은 곳에서 강연을 조금만 보고 다시 국어지문으로 가보세요.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강연이나 지문이나 하고자 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며 우리는 지문이라는 딱딱하고 차가운 문장덩어리에 반/비언어적 표현을 넣음으로써 생기있고 따뜻한 강연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급히 생각난 거라 잊지 않으려 막 휘갈기다보니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할 수 있으니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쓰는 칼럼이고, 한국사 이후로 수능 과목으로는 처음 써보는 칼럼이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아요 꾹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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