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제 자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12학년도 첫수능을 봤었구요.
13학년도 수능을 보고, 군 제대후 16수능을 봤습니다.
16수능에서 저는 국어 0점을 맞았습니다.
글이 읽히지 않았고, 글을 읽는게 아니라 눈으로 글을 쫓을 뿐이었으며
불안함과 초조함속에 단 한문제도 풀지 못하고 감독관님만 1시간 내내 바라보고 있었죠.
올해,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수능 때의 모습을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6, 9월 안정적으로 1등급도 나왔고,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이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또 제 자신에게 패배했습니다.
몸은 그 날을 기억하듯이, 수능이 주는 압박감에 또 저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그냥 풀기 싫고 힘겹고,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을 멍하니 보내다
저는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졌구나&'
4년을 입시에만 바쳐왔는데, 수많은 국어 문제를 풀어왔는데,
마지막을 장식할 시험임에도 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이 느껴지지 않고
그만두고만 싶다고 느껴지는 제가 너무나도 얄미웠습니다.
1년간 잘해왔는데, 왜 또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는건지 제 자신에게 따지고
병ㅅ새끼 수없이 제 자신에게 욕을 했습니다.
풀기 싫지만 풀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외침 속에 격렬한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뒤부터는 미친듯이 문제를 풀어내었습니다.
그냥 답같아 보이면 다른 선지는 보지도 않은 체 적어내었습니다.
생물지문 보험지문 15분만에 풀어내었고, 연행가 3분 등등
그렇게 결국은 다 풀어내었습니다.
정말 이번에도 풀지못했으면 30점이나 받았으려나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실력을 정작 수능날 펼치지 못한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미친듯이 풀어내어 얻은 이 점수를 보면,
저는 분명 이번에도 제 자신에게 패배했다는 것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1교시 국어시간, 그 누구보다 힘든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텨냈다는 것에 감사하렵니다.
더이상의 수능은 없지만, 앞으로 어떤 것이 제게 닥치든 내 자신에게 무너지지 않은 내가 되고 싶네요.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 정말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다년간 끝이 안보였던 터널을 나왔다는 것 자체로 후련한 하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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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24 언매 75 미적 94 화학 88 생명 69 추합으로라도 대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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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불합이라고 문자 왔는데 2차 자동 이월이라는 문자가 안왔는데.. 그냥...
한번더 도전하실 생각인가요
아니요.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가서 거기서 또 길을 열심히 찾아봐야죠.
너무 오래 있었거든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한번만 더 도전해보심이 어떨런지요 너무 아깝네요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작년 수능 저렇게 되고 올 한해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 성적에 아쉽기도 하지만 할만큼 했고 이제 떠날 때란 걸 제 스스로가 느낍니다. 정신적으로도 정말 말도 안되게 힘들었던 한 해여서 더 할 엄두도 안나네요 ㅜㅜ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고 앞으로 새 길에서 또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화작문 울며불며 풀다가 그후로 안읽혀서 30문제 다 찍었네요... 진짜 계속 뚫어져다쳐다보기도 하고 문학이라도 먼저풀자하고 봤는데 하나도 안보이고 ㅠㅠ작년에도 똑같은 경험을 해서 올해는 다를줄알았는데 처참히 무너졌네요...진짜 옆에 물병누가 내려놓은거 계속 신경쓰여서 옆돌아보고 진짜 정신병 검사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수능 2번봤지만 님 앞에선 하소연할 처지도 안되네요 ㅠㅠ 앞으로 힘든 일있더라도 잘 견디실거에요 응원합니다
정말 작년에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감독관 보면서 한시간 내내 눈물 흘리고 닦고 그랬거든요. 국어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실을 나와 하늘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 뭔지 아세요?
'내 인생은 끝났구나'였어요. 더이상의 제 인생은 가치가 없다고 느꼈었고, 전 아무것도 안될 거란 절망감만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러고 다시 입시를 준비하며 한 해를 보내기를, 매일 근처 격투기장 끊어서 미친듯이 운동하고, 불안 초조감이 대인관계에까지 생겨서 정신과 약물치료도 받고, 근처에 무료상담하는 곳에서 심리상담도 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조금씩이었지만 마음가짐이 변하기 시작했고, 보잘것 없어 보이던 제 삶이 이제 시작이구나 라고도 느껴지네요.
님의 그 힘듬을 제가 직접적으로 겪진 못했지만, 정말 힘드실 거란 거는 압니다. 그래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 말씀은 님은 아직 충분히 젊으시다는 것이고, 충분히 다시 일어서실 수 있다는 거에요. 지금은 정말 힘드셔서 이 말이 와닿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고 앞으로 삶을 또 잘 준비하시는 님이 있으실 거에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한해동안 정말정말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