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용가리 [451232] · MS 2013 · 쪽지

2015-10-21 17: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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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선생이 수능을 얼마 안남긴 과외돌이에게(ft.설대숲).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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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오늘 너무 집중이 안 돼요.”
“왜?”

“아 그냥...수능날 갑자기 폭망하면 어떡해요. 나 진짜 이 짓거리 1년은 더 못하겠는데.”
“수능이 갑자기 망하진 않아. 열심히 했으면 잘 보게 돼 있다.”...
“아니 그래도... 쌤 집중 너무 안 되는데 재밌는 얘기 좀 해주심 안돼요?”
“재밌는 얘기? ㅋㅋㅋㅋ 그래 너 수학 좋아하니까 맞춤식으로다가 해줄게”

나는 종이 위에 좌표평면을 그리고 y=x 그래프를 그렸다.

“아 뭐에요. 재밌는 얘기 해 준다면서요 ㅠㅠ”
“글쎄 가만 있어봐. 이 그래프 이름이 뭐야?”
“y=x요. 너무 쉽네”

그 다음 그 오른쪽에 새로운 좌표평면을 그리고, 이리저리 끊기고 접히고 꺾인, 못생긴 그래프를 그렸다.

“자 그럼 이 그래프 이름은 뭐야.”
“아 이걸 어떻게 알아요;;; 불연속점하고 함숫값하고 구간별 함수하고... 그런 걸 줘야지!”
“ㅋㅋㅋㅋㅋ그렇지. 자 그러면 두 그래프를 놓고서, 네가 평가원장이야. 둘 중에 뭐가 더 눈길이 가? 뭘 문제로 내고 싶어?”
“당연히 오른쪽 거죠.”

“그래. 이제 x축을 시간이라고 하고, y축을...뭐라고 둘까. 잘나가는 정도?라고 둬 보자.

그럼 이제 이게 인생 그래프야. 자, 아마 사람들은 y=x 그래프를 살고 싶어하겠지.

아니다. 요즘 금수저 은수저 하는데 y절편이 아예 100인 사람들도 있지. 그런 사람들은 아마 기울기도 졸라 클거야. 한 y=100x+100 정도 되려나.

아무튼, 근데 말이지. 사람들한테 두 그래프를 줬을 때, 어떤 그래프를 더 뚫어져라 쳐다보고 더 관심을 줄까. 어떤 그래프가 크게 놓고 봤을 때, 더 주목받는 그래프일까. 크게 보자면 여기저기 끊긴 그래프라는 거야.”

“에잌ㅋㅋㅋㅋㅋ 이건 좀 약 파는 것 같은데요 쌤.”
“ㅋㅋㅋㅋㅋ 맘대로 생각해. 근데 내가 너보다 얼마나 더 살았다고 인생 운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너보다 입시는 미리 겪어본 입장에서 말해주자면, 수능만큼 불연속적인 인생 이벤트도 없더라고.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보통은 미분 불가능하더라도 연속은 하거든. 근데 이거는 완전히 끊겨가지고 미분도 안 되는 거야. 그냥 하루아침에 저 밑으로 뚝. 그렇게 재수하러들 많이 가지. 물론 갑자기 수능 대박쳐서 저 위로 올라가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좀 많이 착각하고들 있는 게, 만약에 뚝 떨어져 버렸다고 하면 인생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왜? 내 미래가 계획한대로 안 풀리니까. 사람이란 게 자꾸 계획을 짜고 그거에 맞춰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려 들다 보니까, 이게 뜻대로 안 되면 패닉에 빠져. 쉽게 말해서, 내 머릿속에는 y=x를 잘 그려 놨는데, 갑자기 예정된 함숫값이 사라졌어. 그럼 얼마나 멘붕이야. 식 자체가 틀린 거잖아.

근데, 살면서 내 뜻대로 일이 따라 줄 리가 없어. 그렇잖아. 운이란 것도 분명 있고 그럼 불운이란 것도 존재하지. 네가 수능장 가다가 교통사고가 날지 벼락을 맞을지 누가 아냐고. 쉽게 말해서, 불연속 게릴라들이 네 주위에 늘 도사리고 있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함수를 못 세우는데.”

“그럼 구간 나눠서 세워야죠 뭐.”
“이제 말이 좀 통하네. 맞아. 인생 그래프가 한 번에 그려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지. 그럼 이제 구간 나눠서 그려야 되는데, 그럼 뭐가 필요해?”

“일단 불연속점이 어딘지 알아야 되고...”
“바로 그거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우리 인생인 x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디냐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함숫값을 갖는 x가 아니라, 불연속되는 바로 그 x값이라는 거야. 거기서 네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너의 인생 그래프가 좌지우지되는 거지.

근데 밑으로 푹 꺼져도 상관은 없어. 위로 솟구쳐도 상관없고. 다만 중요하고 확실한 건, 이런 임의의 함수를 소개할 때 불연속점부터 이야기하듯이, 네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지금 이 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만큼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거지.

살다 보면 뜻대로 참 안 되는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을 거야. 아마 너도 거의 스무 살 먹었으니까 많이 겪어 봤겠지. 그래도 대학교 오면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아마 더 많이 느낄 텐데... 어쨌든, 갑자기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된다 싶을 때, 아니면 갑자기 어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벽에 부딪혔을 때,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정신 가다듬고 생각해봐.

‘예상대로 안 풀리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라고.”

수능 한 달도 안 남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붙자 우리 과외돌이




설대숲, 연대숲, 고대숲은 이런 글 보는 맛에 보는것 같아요

굉장히 수준 높고 잘 짜여진 글들이 많이 나오네요....문이과 상관없이 말이죠ㅎㅎ


수능을 얼마 안남긴 수험생들과

이번 중간고사를 망친 대학생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는 나를 포함해서....헿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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