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언매쩔더라 [1245407]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12-28 11: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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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시리즈 1편 . "언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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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시리즈의 글들은 장영준 교수의 “언어학 101”과 김진우 교수의 “언어 이론과 그 응용"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립니다. 


언어란 무엇인가


특정 학문을 공부함에 있어 가장 최우선인 과제가 있다. 바로 무엇을 공부하는지 정의하는 것이다. 물리학이라면 물리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우선이고, 경제학이라면 경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언어학은 언어를 공부하는 학문이므로 “언어"를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언어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소리 체계"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충분하지 않다. 국국원의 표국대에선 ‘언어'를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언어를 정의할 때 ‘의사소통'이란 것을 빼 놓을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과 눈을 마주치고 손짓으로 일어나라는 시늉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그 학생은 교사의 손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설 것이다. 이번엔 그 교사가 손으로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그 학생은 다시 제자리에 앉을 것이다. 학생은 교사의 의도를 알아채리고 일어섰다 앉았다. 의사소통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어인가? 아니다. ‘소리'가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어'는 어떨까? 수어가 위의 몸짓과 다른 점은 수화에 쓰이는 손짓들이 ‘소리'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고도로 조직화되고 체계적인 ‘기호’를 사용한다는 것이 바로 그 차이다.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몸짓과 수어를 보면 의사소통 자체는 언어의 본질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어의 기능 중 하나가 의사소통인 것이지, 언어가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의 체계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약 의사소통이 언어의 기준이라면 혼잣말이나 옹알이가 언어가 되어선 안 된다. 


의사소통은 언어의 기능이지 언어 그 자체가 아니다. 가위를 정의할 때 '물건을 자르는 도구'라고 한다고 해 보자. 이것은 가위의 기능이지, 정의가 아니다. 자를 때 칼을 쓸 수도 있고 톱을 쓸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칼이나 톱도 가위인가?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기능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진우 교수와 장영준 교수 모두 언어를 “기호의 체계”라고 얘기한다. 


기호란 ‘자체가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어의 ‘하늘'이라는 ‘소리는 실제로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과 아무런 필연적 관계가 없다. 그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한국어에선 ‘하늘'이란 소리로, 영어에선 ‘sky’란 소리로, 일본어에선 ‘空(sora)’라는 소리로 나타낸다. 그러니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서 ‘하늘'이란 소리가 ‘무한대의 넓은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어음은 표지판의 그림과는 다르다. 표지판을 보면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지만 언어음은 그렇지 않다. ‘하늘'이라는 소리는 영어나 러시아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특정 언어의 음들은 특정한 의미를 대신하는 일종의 기호로 사용되는 셈이다. 이를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한다. 


언어는 ‘기호'가 아니라 ‘기호의 체계'라고 하였다. 체계란 '구조'를 의미한다. 즉 단순히 여러 기호를 나열한다고 하여 언어가 되지는 않는다. 영단어들을 ‘기호'라고 해 보자. 모든 단어를 안다고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영단어를 달달달 외웠다고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호뿐 아니라 그 기호 즉 단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의미를 표현한다는 것은 문장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장의 형성을 위해선 배열, 제약, 및 순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 규칙이 바로 ‘체계'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 수어를 설명했을 때 “고도로 조직화되고 체계적인 기호"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소리가 아니라 손짓이 ‘기호'를 담당한다. 소리에 준한다고 보는 것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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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연구의 기본 



언어학은 앞서 언급했듯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언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할까?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선 언어 자료 즉 ‘문장'을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문장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화자의 기분이나 화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술이나 약에 취한 사람이 평소와 똑같은 문장을 발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하된 문장을 연구해 봤자 큰 의미가 없다. 


놈 촘스키는 이에 대해 이상화된 언어공동체의 이상화된 화자가 말하는 이상화된 문장(idealized sentence)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학에서 물의 특성을 연구할 때 증류수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상화된 화자가 구사하는 이상화된 문장이야말로 제대로 된 언어능력(lingustic competence)을 보여 줄 수 있다. 피로에 쩔어 있거나 약에 취한 사람이 구사하는 문장은 온전한 언어능력을 보여 줄 수 없다. 


그러나 그 문장을 연구하는 것은 귀납적이라기보다는 연역적이라 할 수 있다. 언어란 심리작용의 결과이기도 하므로 두뇌를 분해하고 분석하여 언어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신경언어학이란 것도 존재하고 말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으로 언어를 완전히 규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3과 4를 곱하면 무엇이 나오는가(3x4=?)가 아니라 3과 무엇을 곱해야 12가 나오는지(3x?=12)를 연구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라는 식이 있을 때 x는 입력(input), z는 출력(output), y는 가공기(processor)라고 할 수 있다. 언어학에서 입력은 단어, 출력은 문장, 가공기는 문법이다. ‘기호의 체계'라는 언어에서 단어를 안다고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니 어떤 가공기 즉 어떤 체계가 있어야 문장이 성립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철수는 짝궁인 영희를 좋아한다”라는 한국어 문법에 맞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순서를 막 바꾸면 아래와 같다. 


* 좋아한다 영희를 철수는 짝궁인 


별표(*)는 그 문장이 비문법적임을 나타낸다. 입력된 단어들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단어들이 잘못 가공되었기 때문에 비문이 됐다. 가공기 즉 문법이란 것은 화자의 두뇌라 할 수 있다. 언어의 원리를 모르고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화자의 두뇌에 문법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두뇌를 해부해서 어떤 심리 작용으로 그러한 문장을 형성하는지 알아낼 수는 없으니 연역적으로 화자의 가공기(문법)를 재구하는 것이 언어학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음 주제는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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