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폭이 협소한 사람의 독해 난점
며칠 전에 한 학생이 애처롭게 질문과 하소연을 올렸기에 쪽지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아 제 카페에 올렸고 여기도 다시 올립니다.
*읽기폭(readin span)이란 읽기에 반영된 개인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입니다
----------------------------------------
아래와 같이 쓰셨는데,
강의,복습으로 배운 평가원의 특징이 보이지 않아요..
시험칠때 한번도 보지 못했던 비문학 지문이 나오니까 잘 막힘.
그래서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어렸을 때 독서습관이 약간 이랬어요. 이해 안되는 구절이 나오면 읽고 또 읽고 넘어가기)
괄호안의 말을 참고하자면, 새로운 통사구조를 풀어내는 능력을 훈련할 기회를 만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를 소리내서 읽을 때 lack of money 래크 오브 머니 이렇게 읽는 것이 아니라 발음상 랙옵머니 이렇게 연음이 되지요? 영어 초보자는 이런 연음을 잘 발음하지 못합니다. 숙어라면 연음도 외워지지만 단어와 단어의 조합은 무궁무진해서 어떻게 연음이 될지 미리 외워서 발음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면 자동적으로 연음으로 발음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말 글을 읽을 때 문법적으로 어떤 단어와 어떤 단어가 조합되어 있을지를 예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읽기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단어가 가진 문법적 속성을 고려해서 다음에 어떤 단어가 나올지를 예상합니다. '사냥꾼은'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에는 (우리말에서는) 목적어가 나오겠지 또는 목적어를 수식하는 말이겠지 하고 문법적 해석을 대비합니다. 의미적으로는 사냥꾼-사냥 상황을 연상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잘 안된다고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를 거듭하면 한 번에 했어야 할 것을 나눠서 하게 됩니다. 즉, 문장을 읽는다는 건 주어가 무엇이었지, 다음에는 무슨 단어가 나왔지 이런 것을 저글링을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건 저글링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팔 하나로 공하나 던지고 받아 내려놓은 다음 다른 공을 던져 내려받고....이렇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문장을 읽다가 단어 하나 생각하다 보면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나고 그래서 시선이 나도 모르게 문장 앞쪽으로 되돌아가서 확인하려고 하는 현상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와... 소름 돋았습니다.
아주 정확하세요.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게 버릇이 되었네요.
한 번 읽고 이해를 딱 하지 못해서 그냥 빨리 한 줄 읽고 다시 보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읽었는대도 이해가 바로바로 잘 안되더라구요 ..
사람버릇이라서 안 고쳐쳐지는건지..
어떻하면 좋을까요? 휴 국어 땜에 죽겠습니다
이때까지 풀었던 문제들, 이때까지 모의고사 풀었을 때 경험 등 여러 방면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지문에 대한 적응력과 대처력이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시험 끝나고 다시 봤을때 평가원의 글의 구조가 명확히 보였던 건 어제 한번이라도 읽어 봤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어렸을 때 독서습관이 가장 크게 영향은 준 것 같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이해가 안 된 체로 한 번 빠르게 읽고 몇 번 다시 그 구절을 또 읽는 겁니다. 이걸 새롭게 되는 지문에도 똑같이 적용을 해요.. 즉, 한 문장 한 문장.. 한 번만에 읽고 이해하는게 상당히 버겁습니다.
이해가 안 가니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이해력 부족이 심각한 건가...
특히 1문단 읽을 때 상당히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요.
또한 주제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새로운 지문을 보게 되면 모든 문장이 중요해 보이고 모든 문장을 기억을 하려는 괴이한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연습을 많이 해서 1문단에서 시사하는 바는 캐치를 잘 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짧으니까요.. 그런데 그 이후 문단에서 이런 게 심해요.
1문단 이후 각 문장들이 같은 중요도로 보인다는 뜻)
이러니까 글의 유기성도 잘 안 보이며 같은 말을 하는 데도 다 다른 말처럼 느껴지는 (따라서 기억해야 하는 정보량 상승..)
결과적으로 독해력, 이해력 자체가 상당히 낮아서 그런 것 같은데 이 부분을 항상 익숙한 기출을 풀면서 해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현상은 비문학에서 주로 심하지만 뭐 소설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국어를 못 하는 원인이 이게 아닐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이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말 그대로 국어보단 글 읽는 습관..? 이해력 부족 같은 근원적인 문제인거 같아서 더욱 답답하네요.
문제는 지적을 해주었고, 우선은 쉬운 지문(고1 수준)을 편안하게 천천히 읽으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미 읽은 문장을 가리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서 시선이 되돌아갈 수 없도록, 돌아가봐야 가려진 것을 보고 돌아가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차차 경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독해는 복합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꾸중글 3
꾸중듣기
-
죽기전에 지자기 역전 한 번 보고싶음 몇십만년에 한 번이면 나름 희귀한건데,,...
-
기차지나간당 6
부지런행
-
작가야 1
연참에 연참을 내놓아라
-
공부 하는것도 기초적인 공부체력이 필요한데 난 이날부터 미친듯이 공부할거야 맘먹고...
-
25수능 생명과학1 해설영상 찍어봤는데 피드백ㄱㄴ? 6
과외생들 보라고 재미삼아 찍어봤는데 피드백은 커뮤가 제일 활발할 것 같아서 올려봐요...
-
국어끝나고 탈주하는 사람 봤는데 이해가 안되던데... 1년을 열심히 박고 그렇게...
-
↑18년 전 예시 국어 강사질 햇수로 10년 넘게 하면서 몇 가지 배운 게 있는데,...
-
탑애쉬 해야지 3
-
86명 점공에 82명이 1차합격 인증 1차합격이 108명인거 고려하면 76% 정도
-
수린수린아 1
시발 밤사이에 무슨 짓을 한거니....
-
수1 수2 마지막으로 공부한 지 각각 1년, 5년이 지나서 이걸 뉴런부터 들을지...
-
전라도에서 열심히 환자를 위해 인술을 펼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음
-
ㅇㅂㄱ 2
10분늦었어요
-
애초에 공대생이나 의대생이 다른데에 신경을 많이 쓰면 졸업을 못한다고
-
1186381 오르비언성적표 도용해서 올리다가 쪽지보내니까 슬쩍 글삭닉변하고 전부...
-
얼버기 3
진짜 갓생 사는 듯
-
점공 좀 해주세요 다같이 하면 상부상조잖아요
-
얘들아 2
자이스토리 기하책 22000인데 17100에 샀거덩 다음날 수2책 살ㄹㅕ고 같은곳...
-
개병슨들아
-
25수능 보면서 고사장이 그리 시끄러울 수 있구나 첨 앎 1
24수능때는 국어 끝나고 세명 탈주 수학 끝나고 정적 영어 끝나고도 아무말도 없어서...
-
예비뜰까봐 쫄리는데 제발 오늘 발표하고 최초합이었으면..
-
그럼내가 오전1시에잠들어서 오전3시에일어났다고? 수면이점점이상해진다
-
하
-
시립대 조기발표각임
-
일단 군대부터 다녀와야지 에휴이
-
소곱창먹고싶다 3
배고파 소곱창은 너무 비싸
-
타지에서 해서 6시에 출발해여 되눈데 클랏다 ㅋㅋㅋㅋ
-
가형임에도 만표가 154,153 ㄷㄷㄷ 1컷 81,79 통합수능이었으면 1컷 70밑에 나왔을지도
-
새벽피방후 1
새벽 헬스장 후 귀가 다들 잘자요
-
최저러라 표점 필요없음 사탐은 안정1 필요함 현역 시절 생윤 공부가 너무 힘들었음 정법 좋아함
-
제발요...
-
개심심해서 최수준 생2 현강들으러감
-
이투스가 탐구황이엇던 시절... 이투스는 2년연속 아이돌 등을 불러 콘서트를 했엇다...
-
이러면 이제 나처럼 살엄청찌는거임 태양질량의0.66배까지늘어나고 핵융합이시작됨
-
미미미누 존나 자주볼수있음 실물 ㄹㅇ 잘생김
-
외계인피자 프레드피자 뉴욕어쩌고피자 스폰티니피자 더피자스탠드 기타등등피자 맨날 피자시켜먹어서 살이찜
-
24미적 공1선3 84점 백분위 97줬었음 나도 당연히 1등급이겠지 하며 있었는데...
-
걍 배달을 애용하긴 했음 어글리딜리셔스(미국 뉴올리언스식 양념치킨) 외계인피자...
-
카카오맵에 다 저장할게요
-
독서인강추천제발 1
현역때도 문학은 잘해서 항상 틀려도 1개 이하였는데 비문학이 너무 어려워요...
-
70키로 안 넘는 사람은 이 약 절대!! 먹으면안돼! ㅇㅈㄹ
-
아마 이지영 대기줄인듯 신청대기였나..
-
24국어도 멘탈은 안나갔었는데 24미적은 시간 15분 남었는데...
-
어쩌자고 지금까지 안잔건데ㅔ
-
미래향(직원이랑친해질정도로자주감) 미스꼬레아 김치볶음밥(걍 주말마다감) 버거킹...
-
ㄹㅇ 여기가 회전율도 좋아서 자리도 많이났는디
-
언매 하시던 분들 혹시 작수 화작만 풀어본 분들 계심? 15
시간 얼마나 걸리고 몇개 정도 틀리셨나요
보통 제 글을 보시면 댓글보다 쪽지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글을 쓸만큼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독해력에 문제가 있으셔서 질문한 만큼 제 답변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쪽지 보내시면 가급적 빨리 답장을 확인해 주세요 다른 방법으로 신속히 문답을 하기를 원합니다
저한테는 통화가 가장 부담이 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