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엽 국어] 반어와 역설의 구분 (9)
지금까지 별처럼 수많은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명멸해 갔으니
우리들의 한껏 바라는 바가
기껏
먹는 것
입는 것
기거하는 것의
수준만을 높이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얼마나 하찮고 허망한 일인가?
반어와 역설은 비슷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또한 학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보자.
반어 | 역설 |
상황과 언어 사이의 모순 | 언어와 언어 사이의 모순 |
반어법은 화자가 의도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표현을 사용하여 오히려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부각하는 방법이다. 반어법은 ‘표현된 것’과 ‘의미된 것’이 서로 충돌함으로서 시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 | 역설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속에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 방법이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반어의 경우, 언어 자체에는 모순이 없으나 진술된 언어와 상황 사이에 모순이 생기는 반면 역설은 진술 자체에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공부 안하고 잠만 자는 학생은 마땅히 꾸중을 들어야 할 상황이지만, 만약 선생님이 이 상황에서 ‘아이고, 너 참 잘 잔다.’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상황과 언어 사이에서 모순이 생긴 것이므로 반어가 성립된다.
반면 역설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종종 가왕 조용필을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작은’과 ‘거인’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다. 즉 언어와 언어 사이의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커야 하는 거인이 어떻게 작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말이 된다.
실제 조용필은 160cm 대의 작은 키의 소유자이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적 세계는 거대하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키는 작지만 그 음악적 키는 거인급인 것이다. 그래서 말이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 표현에 수긍하는 것이다. 표면적인 모순 속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던 것이다.
이런 표현을 쓰면 단순하지 않고 재미있다. 독자들은 집중하며 그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그러는 사이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반어와 역설은 변화법에 속한다.
★ 선지의 속살
➊ ㉢은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자조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2006년도 9월 평가원)
➋ (가)와 (다)는 모순 어법을 통해 화자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2007년도 3월 교육청)
➌ 역설적 표현을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도 10월 교육청)
1. 반어적 표현을 통해 화자 자신을 향한 자조적 태도를 드러낼 수도 있고, 대상을 향한 냉소적, 비판적 태도도 드러낼 수 있다. 시적 상황에서 좌우되는 것이다.
2. ‘모순 어법’이란 서로 반대가 되거나, 의미가 상치하는 두 어구를 조합하여 독특한 표현 효과를 노리는 표현상의 기교이다. ‘찬란한 슬픔’, ‘침묵의 웅변’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모순 형용’이라고도 하는데 역설법에 속한다. 이를 통해 당연히 화자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3. 현재 상황에 대한 화자의 인식은 직설적 표현을 통해서도, 역설적 표현을 통해서도 드러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역설법을 사용했다면 그 대상의 의미를 보다 긴장감 있게 제시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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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보고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겐 딱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씁니다. 잘 보고 있다니 고맙네요.^^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