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프리킥 [834704]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12-25 0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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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긴 이야기: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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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이곳에 글을 쓴다.

누군가 이 글을 보게된다면,,, 

특히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정말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는 덜 겪기 바라며..


난 오르비에서 흔히 말하는 ㅈ반고 출신이다.


중학교 토탈 내신 7%.

내신을 양학하기 위해 ㅈ반고로 진학했다, 그것도 수석으로.


고1때는 내신이 좋았다. 

전과목 1등급, 내신 1.0


하지만 고2때부터 정말 공부가 싫어졌다. 

그리고 고3때까지 나의 내신은 하락세를 그리게 된다.

따라서 비교과를 챙기기 위해 여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고 선생님들께 아부를 정말 많이 떨었던 것 같다.

(사실 이걸 아부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그냥 선생님 하란거 열심히 한 것.)


그리고 고3때 ‘서울대, 인제대 의대(중복), 동의대 한의대, 성균관대, 한동대’ 를 지원했다.


최종 결과는 ‘인제의예 예비 35, 동의대 한의대 예비 10, 한동대 최초합.’ 나머지는 광탈이다.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학교만 합격하고 나머지는 광탈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철이 없던 시기라, 그저 하루 허탈하고 합격한 학교 다녀야겠다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열심히 놀았다. 

한동대학교 예비 대학에서 미리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리고 입학전까지 넘쳐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낭만닥터 김사부’를 봤다.


중략하자면, 드라마를 보며 재수를 결심했다. 

의사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곧바로 입학 포기서를 던지고 재수로 돌입했다. 

이때가 2017년 2월이다.




************-재수-(2017 2월~)******************




친구관계를 모두 끊었다. 

교회친구들, 학교친구들.... 다들 내가 갑자기 사라지니 당황해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하지만…현실은 냉혹했었다. 

나는 고등학교 3년동안 영어 이외 다른 과목에 대해 제대로 된 모의고사 공부는 물론 수능공부마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3때도 전부 최저가 없는 전형) 

따라서 수능공부에 적응하기까지 매우 애를 먹었다.


학습한 것이 대부분 그대로 나오는 내신과는 달리 완전히 처음보는 문제를 푼다는 것은 내게 영재원 문제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좌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초반 3개월은 정말 뜨겁게 달렸다. 

독서실에서 독재를 하며, 매일 미친듯이 공부를 했다. 


그러나..


붕괴는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친구들이 하나둘씩 내가 있는 독서실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삭막했던 재수 생활의 단비였고 그간의 있었던 일들에 대해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했다. 

점점 많은 친구들이 내게 찾아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는…재수생이 아닌 그저 백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무려 6개월 동안…


대망의 수능날, 당연히 망쳤다. 

부모님께 드릴 말씀도 없었다. 

부모님께서 많이 착잡해 하셨고 나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으셨다.


대체 무엇을 해야할 까? 

미래를 어떻게 지내야할 까? 

머리가 정말 복잡했다.


수능이 끝나고 잠시 쉼호흡을 한 후, 부모님께 삼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반대하셨고 공장 가서 일이나 하라고 하셨다. 

(아마 나의 간절함을 보기 위해 하신 말씀인 것 같다.) 

하지만 격렬히 삼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께서 삼수를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재수처럼 어리석게 공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이투스247 부산 북구점에 들어가 삼수 한 해를 지내기로 했다.

(광고 아님.)




*****************-삼수-(2018 1월~) => 수능에 진심이었던 한 해.*******************




47에 들어와서도 곧바로 정신차리지 못했다. 

CCTV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자리를 선택했고 선생님 몰래몰래 유튜브도 챙겨 봤다.

(난 내 아이패드로 공부하겠다고 말씀드렸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쳤던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했던 나를 구제해준 것은 당시 247 부원장님이셨다.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그분께서 철없는 나를 위해 해주신 뼈있는 말씀을. 

‘XX아, 딱 일년만 미쳐보자. 니 인생을 바치는 노력을 한번 만 해보자. 언제까지 이래 살끼고.’


난 이 말씀을 듣고 모든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자리를 바꾸었다, CCTV 뿐 아니라 재원생 모두가 내가 무엇을 하는 지 볼 수있는 자리로. 

그리고 제대로 된 1년 계획을 새웠다. 

목표를 재정비 했고, 정신상태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의대 최저를 맞추는 성적은 받지 못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삼수가 끝나고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사수 또는 대학진학 후 반수. 

후자를 택했다. 

쌩 삼수로 인해 몸과 정신이 많이 피폐해졌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따라서 부산대 건설융합학부에 정시로 합격하여 1학년 첫 학기를 다녔다. 

이때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어 행복한 대학생활을 했다.(장거리 커플)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능이 점점 더 싫어졌다. 

반수를 계획했던지라 7월이 다가오면 수능에 대한 반감이 더더욱 커져 갔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법… 


대학 한학기가 정말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이투스 247로 복귀하게 되었다.




****************-반수-(2019년 7월~)********************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말 ㅈ망이다. 삼수때보다 더 못한 성적을 받았다.


애초에 하기 싫었던 공부여서 그랬을까…


하지만 건설융합학부로는 정말 돌아가기 싫었다. 정말 안 맞았기 때문에.


따라서 수시로 부산대 간호학과 농어촌 전형을 넣었다.


내신 빨이다,,,(그래서 당해 부산대 간호 농어촌 입결이 개 떡상했음.)


그리고 합격했다. 


반수는 오지게 조져버렸으나 과를 바꿀 수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휘감았다.




*********-부산대 간호학과 1학년-(2020년 3월~)************




간호학과에 입학하고 다짐했다. 

다시는 수능을 치지 않겠다고.

수능에 패배를 스스로 인정했다. 

나는 의대에 갈 짬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나같은 사람은 의사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부산대 간호학과 2학년-(2021년 3/2 ~ 3/5)****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간호대학 바로 옆에 의대가 있다.

따라서 학교를 다니면  의대생을 자주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2학년이 되면 모든 수업을 양산캠퍼스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의대생들 보는 건 일상이었다.

그들을 보면 가슴이 너무 시렸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의대건물을 바라보지 않고 그들을 보지 않았다. 

패배를 인정하는 과정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인생에 수능은 없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멋진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학년이 되어, 없던 소속감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1주일 천하로 마무리 되었다. 


마치 갑오개혁처럼…


간호학과 2학년 개강 후, 2021년 3월 4일 목요일…. 

부산대 의대생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삼수시절 이투스 247에서 만난 나의 멘토다. 

몇 년 만에 만나 이런저런 회포도 풀며 얘기를 잘 나누었다.


그런데, 그녀의 질문이 대화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부대의대 : ‘ 슬의생(슬기로운 의사 생활) 봤어?’

나 : ’아뇨, 의사의 ‘의’자도 보기 싫은데 의학 드라마를 우째봅니까 ㅋㅋ.’

부대의대 : ‘왜?’

나 : ‘의사는 제 꿈 아니었습니까. ㅋㅋ 그래서 의대 건물을 지나갈 때면 쳐다보기도 싫은ㄷ,,,,.’

부대의대 : ‘…..’

나 : ‘개안습니다.ㅎㅎ 어쩔 수 없죠.,,, 간호학과 열심히 다닐라구요 ,,ㅋㅋㅋ!’

부대의대 : ‘ 다시 수능공부해라. 내일 당장 수능특강 사러가라. ’



그녀는 그 뒤로도 약 한 시간동안 나를 설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설득은 가슴 깊숙한 곳 꺼져가는 불씨를 지펴주었다.



주말동안 고민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두고두고 고민했다.

기도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마지막 여정을 떠나보기로. 




*****************-6수-(2021년 3월 8일~) => 수능에 두번째 진심이었던 한해.*******************


여자친구, 교회 강도사님, 부대의대 멘토분을 제외하고 내가 공부하는 것을 어느 누구도 몰랐다. 


특히 부모님도 모르셨다.

비록, 수능 일주일 전에 엄마가 눈치를 챘지만...


따라서 당연히 모든 재정은 본인부담이었다.(학원 알바비)

재정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공부 장소는 양산캠퍼스 도서관을 애용했다.

그 누구보다 일찍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서관 문이 열리면 늘 앉는 자리에서 공부했다.


더군다나 매일 한 시간씩 일하는 학원 알바로 인해 공부시간도 부족했다.

(말이 한 시간이지 이동시간 포함하면 3시간 소모.)

따라서 모든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다.


1. 매일 6시에 기상.

2. 버스를 타며, 걸으며 무조건 공부.

3. 자기전에 핸드폰 보지 않을 것.(이건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이러는 중…)

4. 아프면 무조건 쉴 것.

5. 취침시간 : 7시간.

6. 공부할 때 무조건 핸드폰을 끌 것.(이건 대학 공부하면서도 애용하는 중,..)

7. 수능 스케줄에 맞춰 공부.

8. 식사시간 : 30분.


이 8가지가 1년동안 필히 지켰던 나만의 Rule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했던 것 같다.

최고의 효율은 최고의 노력이니깐…


여름 이후, 즉 7월부터는 장소를 독서실로 바꾸어 공부했다.

재수를 거름삼아, 여름 슬럼프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3가지 Rule을 추가적으로 지켜가며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1. 독서실 커튼을 절대 치지 말것.

2. 모두가 내가 공부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할 것.

3. 영어 단어는 무조건 걷거나 일어서서 암기할 것.


다행히 7월 이후로도 흔들리지 않고 정진했다.

유혹에도 넘어지지 않았고 수능을 향해 꾸준히 달렸다.

하나님께 감사하다.


여차저차해서(여차저차의 썰은 서서히 풀어볼 생각이다.) 수능 최저를 맞추게 되었고 한의대를 최초합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합격한 대학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 수능성적으로 한의대를 간 것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수시로 좋은 대학을 간 것이 못 마땅할 수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한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시간으로 

부족한 재정으로 

한정된 시간과 재정 안에서 최선의 몸부림을 쳤다.


그래서 더 이상 후회가 없다.

이 대학에 너무나 만족한다.

그래서 올해의 결과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

.

.


글을 쓰다보니 벌써 2021년 크리스마스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추운 크리스마스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따스한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너무 잘 안다.


난, 겨울보다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 그대에게, 정말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총 5번의 한없이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내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런 나도 살아있다.

이런 나도 버텼다.

이것이 그대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었음 좋겠다.


긴 겨울 뒤에는 긴 봄이 찾아온다.

믿음이다...


나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증명했다.


내년에는 이 글을 본 모든 n수생, 현역들이 따스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특히 장수생 분들 화이팅.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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