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윤리 개념정리] 롤스의 정의
여러분들의 최애 음식은 뭔가요?
쌤은 피자랍니다.
(초딩 입맛이거든요.ㅎㅎㅎ)
기분이 좋아진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피자를 다섯 판 쏘셨습니다.
(다 같이 먹기엔 좀 부족한 양이지요.)
배가 고팠던 학생들은 금방이라도 피자에 달려들 기세입니다.
그때 반장이 일어나 외칩니다.
"잠깐! 피자를 공정하게 나눠 먹을 방법을 회의로 결정하자."
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자를 자른 사람이 제일 나중에 자기 몫을 선택하게 하면 된다."
누가 피자를 나누든 모든 피자 조각의 크기가 같을 수는 없겠죠.
더 큰 피자 조각이 있을 테고, 더 작은 피자 조각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피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어떤 피자를 선택하게 될까요?
당연히 가장 큰 피자를 선택하겠죠.
그런데 만약 피자를 자른 사람이 가장 먼저, 그것도 제일 큰 피자를 가져간다면 어떨까요?
아마 사람들이 "이건 불공정해!"라고 따질 거예요.
아마 그 사람은 손을 벌벌 떨면서 피자를 최대한 똑같이 자를 것입니다.
자기가 가장 작은 피자를 갖게 될 테니까 말이죠.
앞서 살펴보았듯이 분배의 결과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분배 기준(절대적 평등, 업적, 능력, 필요 등)은 모두 한계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분배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되기 마련이지요.
다 같이 잘 사는 사회(절대적 평등)를 지향했던 공산주의 국가들은 결국 다 같이 못 사는 사회로 전락하여 붕괴되었습니다.
능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부유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행운이 가장 큰 능력이 될 수 있음을 간과했죠.
마르크스가 꿈꿨던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 받는 사회'는 높은 현실의 벽에 막혀 아직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절차가 공정하면 그 절차에 따른 결과도 공정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롤스의 정의관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합니다.
도박을 할 때, 누가 따는 것이 정의로운가요?
실력이 좋은 사람?
가난한 사람?
눈보다 손이 빠른 사람?
아닙니다.
도박에선 누가 돈을 딸지 미리 정해 놓지 않죠.
그저 공정한 게임의 절차만 만들어 놓을 뿐입니다.
즉 게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속임수를 쓰지 않고, 게임의 절차만 잘 지켰다면, 누가 돈을 따든 그 결과를 불만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존 롤스는 미국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롤스는 어려서부터 도덕적으로 민감한 아이였던 것 같아요.
사람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입장에서는 도덕적으로 민감해지지만, 역으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하는 입장에서는 도덕적으로 둔감해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롤스는 떡잎부터 달랐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흑인 하녀들을 보며,
'저들과 나는 단지 얼굴색만 다를 뿐인데. 저들은 가난하고 나는 왜 부유한 거지? 내가 이러한 부를 누릴 자격이 있을까?'
라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롤스에게 병이 옮아 사랑하는 두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ㅠㅠ
그 일로 인해 롤스는 평생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대인기피증과 말을 더듬는 증상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동생들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여겼던 롤스는 신학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참전 중에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목격하고 꿈을 바꾸게 됩니다.
'인간은 왜 서로에게 이토록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세상에 정의를 밝힐 수 있을까? 철학자가 되어 정의를 연구해야겠다.'
롤스는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 '정의'라는 한 우물만 팝니다.
평소 그의 인품을 존경하던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로부터 '하버드의 성자'라는 칭호를 받으며, 조용히 교수직에서 물러나지요.
롤스는 <정의론>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정한 절차가 무엇인지 고민하였습니다.
공정한 절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구성원들 간에 합의가 필요합니다.
아무도 동의할 수 없는 절차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불공정하다고 여길 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합의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롤스는 "현실에선 불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현실 속의 인간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 처한 환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공정한 절차, 즉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선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대학 입학 기준을 수험생들끼리 합의해서 정하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내신이 좋은 학생은 수시 비율을 높이자고 하겠죠.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은 정시 비율을 높이자고 할 거예요.
예체능을 잘하는 학생은 실기 비율을 높이자고 할 테고.
농촌에 사는 학생은 농어촌특별전형 비율이 높아지길 바랄 거예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처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 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에서 정의의 원칙을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롤스는 현실에선 정의의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가상의 세계로 눈을 돌립니다.
마치 사회계약론자들(홉스, 로크, 루소)이 국가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 즉 자연상태를 상상했듯이 말이죠.
롤스는 정의의 원칙을 정하기 위해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는 가상적 상황을 설정하였습니다.
누가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건강한 사람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인지,
노인인지 어린아이인지,
미국인인지 시리아인인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지위, 계층, 능력 등을 일체 알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원초적 입장인 것입니다.
롤스는 원초적 입장에서 비로소 정의의 원칙을 합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에게 유리한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침내 객관적이고 공정해질 수 있는 것이죠.
여러분들이 다음 생에 태어나게 될 국가를, A 국가와 B 국가 중에서 고를 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국가는 선택할 수 있지만, 가, 나, 다 중에 어떤 사람으로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A 국가는 가로 태어나면 95, 나로 태어나면 4, 다로 태어나면 1의 부를 분배 받는 사회입니다.
B 국가는 가로 태어나면 50, 나로 태어나면 30, 다로 태어나면 20의 부를 분배 받는 사회입니다.
여러분들은 A 국가와 B 국가 중 어떤 국가를 선택할 것인가요?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야!"라며, 가로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A 국가를 선택할 것인가요?
아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B 국가를 선택할 거예요.
그 이유는 가장 최악의 상황인, '다'로 태어날 경우를 예상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최악의 위험을 피하려는 전략을 추구하며 정의의 두 원칙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롤스는 이렇게 도출한 정의의 두 원칙을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하여 나타난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정의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기본적 자유란 정치적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언론과 결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유재산 소유의 자유 등을 말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 계급이 정해져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표현할 수가 없고, 내가 원하는 종교를 믿을 수 없고, 독재자에 의해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겠죠?
롤스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 때문이지요.
2021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가요?
'나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으니 이 정도 불평등은 감당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까요?
대한민국은 경제력 세계 10위의 국가이자,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빈부 간에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지요.
몇 년 전부터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자 부모 밑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노오~력'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닐까요?
"쌤, 손흥민처럼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물론 노력은 성공의 필수 요소입니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뛰어난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노력만으로 성공이 가능했을까요?
쌤 학교에는 축구부가 있습니다.
쌤 반에도 축구 선수가 세 명이나 있지요.
우리 반 축구 선수들이 손흥민만큼 성공하지 못한다면, 노력하지 않은 탓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쌤은 그 친구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쌤, 금수저까지는 아니어도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은수저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치동에 사는 학생과 농촌에 사는 학생의 성적을 같은 잣대로 비교해도 될까요?
쌤은 대치동의 학생들을 10년 넘게 가르쳤습니다.
농촌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요.
시험 성적이 정말 객관적인 지표라면, 왜 소득이 높은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서울대에 더 많이 합격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더 높은 것일까요?
손흥민과 같이 탁월한 운동 신경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일까요? 행운일까요?
대치동에서 나고 자란 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일까요? 행운일까요?
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거나,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것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순전히 행운일 뿐이다."
천부적 재능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우연적인 요소로 인해 불평등하게 부가 분배된다는 것이죠.
롤스는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의의 제2원칙을 제시합니다.
정의의 제2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으로 구성됩니다.
기회균등의 원칙은 권한을 갖는 직위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직책은 누구에게나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는 원칙입니다.
축구장을 둘러친 울타리가 너무 높다면, 키가 작은 사람은 축구 경기를 볼 수 없겠죠?
키가 작아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없는 사람에게
"평등하게 받침대를 설치해 줬잖아. 키가 작게 태어난 네 탓이지."
라고 말한다면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누구에게나 수능을 보고, 명문대에 입학하여, 대기업 임원이 되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면 명문대에 입학하기가 힘들고, 여성으로 태어나면 승진하기가 어렵다면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회균등의 원칙은 키가 작은 사람에게 받침대를 하나 더 놔주어, 키가 큰 사람과 균등한 입장에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원칙입니다.
가난한 학생에게 더 많은 교육적 혜택을 주어, 부유한 학생과 균등한 입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원칙입니다.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무너뜨려, 남성과 균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원칙입니다.
차등의 원칙은 최소 수혜자를 포함해 모든 이에게 이득을 주는 경우에만 불평등이 인정된다는 원칙입니다.
최소 수혜자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안에서 태어나, 재능도 없고, 심지어 운도 지지리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아무리 받침대를 높여주더라도, 만약 그 사람이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라면...
평등한 자유를 주고, 기회도 균등하게 보장해 주었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최소 수혜자를 외면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각 장애인들도 축구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비장애인들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이 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복지 시설이 필요합니다.
장애인들의 수입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죠.
그렇다면 장애인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해야 할까요?
바로 최대 수혜자입니다.
롤스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운 좋은 사람(최대 수혜자)의 능력을, 불운하게 태어난 사람(최소 수혜자)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은 사회의 공동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손흥민은 피나는 노력과 타고난 재능 덕분에 매주 3억 원에 가까운 주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축구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면, 손흥민이 그만큼의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요?
손흥민이 100년 전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공을 잘 차는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요?
인간의 모든 재능은 사회 공동체의 뒷받침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습니다.
롤스는 말합니다.
"태어나면서 혜택을 받은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전제에서만 자신의 행운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롤스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면서 재분배 정책을 통해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손흥민의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인 후, 그 예산으로 시각 장애인들도 축구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롤스는 최소 수혜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야말로 정의로운 사회라고 본 것입니다.
쌤이 좋아하는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인 만수르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부의 상징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그의 개인 재산은 30조, 집안 재산은 1000조라고 합니다.
쌤이 지금 받는 월급으로 만수르만큼 재산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리는 줄 아나요?
놀랍게도... 10만 년이 걸린답니다. ?
쌤이 구석기 시대부터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다면, 2021년에 만수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쌤과 만수르의 빈부격차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그저 운일 뿐이라고 한다면, 참 힘이 빠지는 세상이네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다음 같이 말했습니다.
(쌤은 만수르의 노예 자격도 안된다는... ㅠㅠ)
사마천이 살던 세상과 2천 년이 지난 지금의 세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연 2천 년 후의 세상은 롤스가 그린 정의로운 사회와 좀 더 닮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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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고 두 가지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겼네요.
첫째는 피자 사례입니다. 이는 롤스가 케이크 자르기로 설명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사례로 보이는데, 롤스는 이를 완전 절차적 정의의 사례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롤스는 순수 절차적 정의를 주장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네요.
둘째는 롤스가 타고난 재능을 사회의 공동 자산이라고 말씀하신 지점입니다. 롤스의 저서에서 타고난 재능 자체가 아니라 타고난 재능의 분포를 사회의 공동 자산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최근 출제 경향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듯한데 제가 놓치고 있는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궁금증과 별개로 글을 읽으며 수업의 인사이트를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물곰쌤은 아니지만 아는 내용 답변드립니다.
롤스는 그의 저서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천부적 재능' 그 자체는 개인의 것이나 분포는 사회 공유 자산이라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싱어 사태에서 보여지듯 평가원은 사상가의 의견보다 평가원이 지난 시간 확립한 개념을 통해 수능을 출제하고 있습니다. 사상가의 의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뀔 수 있지만 그 때마다 교육과정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수능공부는 원전보다 평가원과 EBS를 살펴보는 것이 맞는데, 이들은 롤스가 '천부적 재능은 공유의 자산'이라고 주장했다고 일단락 짓습니다. 기출과 수능특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대표적으로 14년도 수능 선지에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사회의 공동자산으로 간주"한다고 적혀있죠.
20년도 등 최근 기출에서 '분포'라는 단어가 꼭 포함되도록 작성되고 있지만, 평가원에서 지난 수능에서 나온 지적들을 문제없다고 일축시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수험생의 입장에서 롤스의 천부적 재능에 대한 관점은 그냥 사회공동의 것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원글 선생님께서 '자체'란 말을 쓰시지 않으셨네요! 두 번째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아요. 기룡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
ㅋㅋㅋㅋ넵! 저희 교장쌤 성함입니다...ㅎㅎ
안녕하세요, 기룡이 선생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몇 가지 내용에 대한 제 의견을 전달하려 답글을 남겨드립니다.
1. 생윤을 공부할 때, 원전보다 EBS를 살펴보는 것이 맞다고 하셨는데, EBS의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EBS는 생각보다 개념적 오류가 있는 편입니다.
학생들은 물론 여건적으로 EBS와 평가원 기출을 우선시해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평가원은 거의 오류가 없지만, (오류라고 인정되지 않은 것들 중에서도) 몇몇의 오류는 존재하고, EBS는 평가원 기출보다 오류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EBS의 오류가 수능과 배척되는 내용일 때, 평가원은 그것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가원은 철저히 원전 중심으로 생윤을 출제합니다. 특히 요즘의 추세는 그 경향이 더 짙습니다. 교과서, EBS 등의 내용은 그저 참고사항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오류까지 덮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 평가원이 '천부적 재능은 공동 자산'이라고 출제한 것은 평가원의 출제 오류입니다.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 재서술"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공동 자산으로 간주되는 것은 천부적 재능의 분포이지 우리의
천부적 재능 자체가 아니라는 데에 주목하라."
"재능을 소유하는 것은 사람들 자신이다."
즉, 롤스가 직접 오피셜로 아니라고 지적하는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가원이 계속 '천부적 재능은 공동 자산'이라는 내용을 고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가원은 2014수능에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사회의 공동 자산으로 간주하
는가?"에 O라고 출제하였다가,
2020수능에서 "천부적 재능의 분포를 공동의 자산으로 생각하여, 사람들은 공동의 이익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자연적·사회적 우연성을 이용하기로 약속한다." 라고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오류를 굳이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2014 수능 선지가 오류임을 알지만은, 이의 신청 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롤스가 신학자인 아버지 때문에 신학자가 돠려다가 세계대전을 보고 회의감을 느껴 진로를 바꾼 것인줄 알았는데ㅠ동생들 일화가 있었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철학자가 롤스입니다. 문과형 이과라서요..ㅋㅋㅋㅋ
그런데 맨시티 팬이시라면,..흠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