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성향미촉법 [815490] · MS 2018 · 쪽지

2021-03-24 13:51:10
조회수 5,536

그놈의 박정희 뮤지컬이 뭐길래?

게시글 주소: https://simmen.orbi.kr/00036816928

요새 오전~낮 시간 오르비를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기사를 빙자한 뮤지컬 '박정희'를 홍보하는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뮤지컬 제목이 박정희다. 모르긴 몰라도 어그로 끄는 성능 하나는 죽여줄 것 같다. 사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모로 웃음벨이 되어버린 극인데, 무대 중앙의 계단을 "고급 무대 장치"라고 기사를 쓰거나 VIP석 가격을 20만원을 받는 가격정책 등 온갖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끌면서 팡ㅡ머의 지위로 전락해 버리기는 했다. 그래서, 이 극을 본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편인데,



안타깝게도, 내가 그 사람 중 하나이다. 왜 봤는지는 묻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슬퍼지니까.


내 돈으로 보고 온 건 아니지만, 내 시간을 써서 보고 온 건 맞으므로



위와 같은 정신에 입각하여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나름 뮤지컬 만드는 극단에도 몸을 담아 본 사람이 쓰는 거니까, 볼 만은 할 거라고 생각한다.


※ 가능한 절대주의적 관점의 테두리 안에서만 리뷰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그 방법이 이 뮤지컬이 얼마나 비참한 퀄리티를 갖고 있는지 낱낱이 드러내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이 안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요약>

1. 극인데 서사가 거의 없다.

2. 그럴싸하게 만든 장면이 가끔 있는데, 그런 장면에 박정희는 안 나온다.

3. 음악은...혹평하기는 좀 그렇다. 가사가 심각해서 그렇지.

4. 프로파간다성이라고 쳐도 좀...심하다

5. 재구성도 정도가 심하면 왜곡이다.


1. 서사

없다.


1막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아니야...아직 빌드업 중인 걸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쓰레기일 리가 없어...' 그런데 그 상태로 1막이 딱 끝나는 순간, 포기를 하게 된다. "아니 없어요 그냥." 서사가 그냥 없다.


왜 없냐 하면, 졸라 단순하다. 가카께서 실패하시면 안 돼서 그렇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각본가를 고문하는 수준의 스토리텔링이다. 승승장구만 하는 주인공으로 서사성을 만드는 건 굉장히 괴롭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박정희의 행적 중 "업적 비스무리하게라도 보일 수 있는 것"들은 싹싹 긁어 모아 다 찬란하게 빛내 줘야 한다. 극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는데, 다 때려치우고 잠적하고 싶었을 것 같다. 꼭 박정희라서가 아니라, 이건 누구를 데려다 놔도 개 빡센 스토리텔링이다. 수험생의 이야기를 쓰는데, 얘가 고3 되고 나서 푸는 모든 시험을 만점받고 쓰는 모든 대학에 붙는다. 그것도 노력을 존나 해서 그런게 아니라, 원래 천재라서 그렇다. 주변 사람들은 다 얘를 선망하고, 몇 안되는 얘를 싫어하는 애들은 다 주류에 의해 병신취급받는다. 이게 이야기가 되겠는가. 어떤 의미에서는 이 극 쓴 놈도 되게 대단한 거다. 잘 해내진 못했지만.


몇 가지, 서사성이 살아있는, 그러니까 연극적으로 의미있는 씬들도 있었다. 박정희가 안 나오는 파트, 그러니까 박정희 측근들의 파트는 나름 잘 만들었다. 소위 "남산의 부장들" 스러운 파트에서는 적절한 조명과 연출, 긴장을 고조시키는 우수한 음악에 잘 묻어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등... 앞부분에 비해 띠용 싶을 정도로 잘 만든 구간도 있었다. 그래서 개빡치는 건데 이 새끼들이 못 해서 이따구로밖에 안 만든게 아니라는 것이다.


2. 음악

의외로 그럴싸했다. 아 물론 뭐 천상의 멜로디 이런 건 아니고...


우리가 뮤지컬 넘버 하면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같은 와일드혼 스타일의 음악보다는 손드하임이나 웨버의 스타일에서부터 발전한 현대 브로드웨이 극의 음악적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는 절충주의적 넘버를 적극적으로 집어넣어 놓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뮤지컬 넘버스럽지 않은 뮤지컬 넘버라는 말이다. 요새 들어서 이 말은 굳이 따지면 칭찬에 더 가깝다.


다만, "해밀턴"을 베끼려다 보니 얻어걸렸다는 게 내 생각이긴 하다. 이런 얘기는 피하기로 했으니 여기까지만 해 두고,


그 외에 넘버의 기능적 측면은 모자람 없이 다 잘 수행되고 있었다고 본다.


3. 프로파간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게 프로파간다성의 뮤지컬이라는 건 사실이다. 근데 좀 시바...심해...


대단히 작위적인 장면들이 많다. 예시를 하나만 들어주자면 무슨 꼬맹이가 우리나라 1인 소득이 어떻게 됐느니 하는 얘기를 하고 있질 않나... 박정희랑 박근혜랑 꺄르르 하다가(토할 뻔 했다 진지하게)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나라 경제를 부흥시켜야겠어 이러질 않나...


좀 정도가 심하다.


4.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

실존인물이고, 좋든 나쁘든 간에 역사책에 꽤 큰 지분을 가진 인물이다 보니 얽혀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다. 어떻게 풀어 낼 작정인지 궁금했는데 


풀어내지 않는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냥 언급만 하고 지나간다. 예를들어 부마항쟁이 등장한다 치면 시위장면이 잠깐 등장하고 차지철이 "요즘 부산마산이 왜 이리 시끄러워?" 하면 뒤에서 다른 비서가 "김재규가 일을 똑바로 안해서" 하는 식으로 다뤄진다. 학생 항쟁 같은 경우에도 대충 보고로 들은 다음에, 박정희가 왜 국민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인가 하고 슬퍼하고 만다.


아 심지어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씬도 나오지 않는다. 뭐 이건 이해는 간다. 주 타겟이 누구인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넣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한 인물에 대한 극인데 죽는 씬은 넣어줘야 하는거 아니냐 싶긴 하다.


볼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스포의 문제도 있고 나도 내용이 다 기억나는 건 아니라 여러개를 적을 수가 없는데


암튼 이 정도쯤 되면 왜곡 아니냐는 수준의 재구성이 들어 있다. 사실 그래서 프로파간다성 뮤지컬 치고도 아쉽다.


이거 말고도 코미디 수준의 장면이 많았는데 다 기억나지도 않는다. 뇌가 장면들을 다 게워 냈나 보다.


대충 총평을 하자면 그냥 쓰레기다. 그냥 쓰레기인데, 뮤지컬이랑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오르비에 그 이름이 보이길래 그냥 심심풀이로 리뷰해봤다. 웃음벨 수준도 못 되는 쓰레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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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bi's Policeman · 834955 · 21/03/24 13:53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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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싫증주의자 · 1048230 · 21/03/24 13:53 · MS 2021

    홍보글 올린다는 사람 누군지 알 것 같기는 한데 평소에 차단하기도 했고 찾아볼 때마다 글삭돼 있길래 그냥 심증만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생각했던 사람 맞네요ㅋㅋ 몇 년 전에는 수험 관련 정보글 같은 거 위주로 올리다가 최근에 흑화한 듯 수험 끝났나

  • Orbi's Policeman · 834955 · 21/03/24 13:54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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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피탈쓰는 한석원 · 1054653 · 21/03/24 13:53 · MS 2021

    7ㅔ이야..

  • 빵떡 •᷄ɞ•᷅ · 966444 · 21/03/24 13:57 · MS 2020

    아니ㅁㅊㄱㅋㄱㅋㅋㄱㅋㄱㅋ이왜진?

  • 논리싫증주의하자 · 928694 · 21/03/24 13:57 · M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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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955613 · 21/03/24 13:57 · M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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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수주의 · 973659 · 21/03/24 13:58 · M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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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ladilena Milizé · 775642 · 21/03/24 13:59 · M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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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색성향미촉법 · 815490 · 21/03/24 14:01 · MS 2018

    위에서 말했듯 사망씬(대국씬)이 없어요. 좀 심하게 말하면, 얍! 자 보세요 박정희가 죽었죠? 짜잔~ 이런 수준으로 처리하는데 이걸 사망씬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걸 사망씬이라고 한다면 곡소리까진 아닌데 몇몇 분들이 아이고 하시긴 합니다.

  • Vladilena Milizé · 775642 · 21/03/24 14:01 · M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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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델리아 · 1052482 · 21/03/24 14:01 · MS 2021

    박정희 개인적으로 존경하는데 저건 좀....가세연 아무리 봐도 하는짓이 딱 관광버스에서 노인들 상대로 관광상품 강매시켜서 등쳐먹는거 보는거같음ㅋㅋ

  • 유스티니아누스1세 · 1021975 · 21/03/24 14:06 · MS 2020

    ㅋㅋ 주변의 어르신이 같이 보러 가자고 했나보군요

  • Elementary, Watson · 1011327 · 21/03/24 14:27 · MS 2020

    손드하임 스타일도 스위니토드 같이 서사와 어우러지는 뮤지컬에 나와야지 박정희는 좀...
    vip석 6만원 더 받는 이유도 극의 완성보다 지지층 돈 빨아먹으려는거 같네요

  • Elementary, Watson · 1011327 · 21/03/24 14:30 · M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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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색성향미촉법 · 815490 · 21/03/24 14:32 · MS 2018

    손드하임이니 웨버니 하는 얘길 꺼낸 건 그냥 알아듣기 편하라고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해밀턴 베껴와서 국악이랑 트로트 살짝 섞은 거에 가까워요.

    가격은 말씀하신 부분도 있긴 한데 극장이 목동에 있다는 점, 뮤지컬 제목이 대놓고 어그로가 잘 끌리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 쌈마이 아니야"라 어필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봐요. 지지층 돈 빨아먹자는 게 넘버원 주목적이면 전석의 가격이 다 미쳐날뛰어야죠. 지지층 아닌 사람이 이 극을 왜 봅니까 상식적으로.

  • cwf · 975410 · 21/03/24 16:45 · MS 2020

    손드하임이랑 웨버랑은 완전히 다른데요. 차라리 웨버랑 와일드혼을 묶어야죠.

  • 무색성향미촉법 · 815490 · 21/03/24 18:53 · MS 2018

    손드하임과 웨버의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별개로, 와일드혼과 웨버를 묶는 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대, 그러니까 2010년대 이후 창작되어 상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작품 넘버는 (와일드혼보다는) 손드하임 혹은 웨버의 음악적 어법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꼭 두 사람의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말이 될 필요는 없겠죠.

    본문에는 어차피 그게 중요한 얘기가 아닌지라 대충 뭉개서 설명하느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비춰질 수 있도록 문장을 쓴 것은 맞습니다. 그 점에 대해 상세히 부연할 수 있도록 댓글을 통해 이의를 제기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 cwf · 975410 · 21/03/24 23:17 · MS 2020

    솔직히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영미 시장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고 왜 영미권 작곡가들을 여기서 말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와일드혼 스타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를 장악한 적이 없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주류였던 적도 없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웨버의 스타일은 완전히 뮤지컬 넘버스러운 뮤지컬 넘버입니다. 와일드혼과 웨버 모두 catchy한 멜로디 몇 개에다 reprise 왕창 붙여서 만드는 게 본인 스타일이고 손드하임이나 해밀턴 같은 경우에는 치밀한 계산을 통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집어넣어서 작품성 같은 부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입니다.
    웨버와 손드하임은 영미 뮤지컬 시장에서 양 극단에 서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뮤지컬스러운 건 어떤 건가요? 맨오브라만차 시절의 뮤지컬을 전통뮤지컬로 보겠다는 건가요? 매킨토시의 상업뮤지컬을 전통뮤지컬로 보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그 후에 있었던 르베이 같은 분들이 작곡한 게 일반적인 뮤지컬로 보겠다는 건가요?
    지금 님이 써놓으신 걸 보면 웨버, 손드하임에 대한 무지와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 야발팀 · 946507 · 21/03/24 14:35 · MS 2020

    무안계내지무의식계

  • 아인슈타인털2 · 970324 · 21/03/24 14:44 · MS 2020

    그나저나 내 롤모델은 박정희대통령

  • 조각모음 · 906296 · 21/03/24 14:45 · M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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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스티니아누스1세 · 1021975 · 21/03/24 14:53 · MS 2020

    대통 근황좀 ㅋㅋㅋㅋ

  • Schrödinger‘s Cat · 963636 · 21/03/24 17:13 · M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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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1로얄벌꿀 · 805066 · 21/03/24 15:06 · MS 2018

    요약 잘보고 갑니당

  • epsilon-delta · 974448 · 21/03/24 16:18 · M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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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실둥실 · 745861 · 21/03/24 17:18 · MS 2017

    목대인재 갈때마다 포스터 보고 동공지진 왔었는데ㄷ

  • 화2물1러 · 1015805 · 21/03/24 17:25 · MS 2020

    박대통령 존경하는 입장에서, 가세연애들이 박정희팔이 하는걸로밖에 안보임. (뭐 명분은 문화전쟁이러긴하지만..) 그리고 솔직히 가세빠들 대깨문이랑 뭔차인지 모르겠음

  • 정시고컴각 · 921346 · 21/03/24 18:41 · MS 2019

    박대통령을 다루는건 상관없는데 저렇게 만들진 말아야지;;

  • SK의염경엽감독님3000만큼사랑해 · 763380 · 21/03/24 19:16 · MS 2017

    상대는 하버드 출신 용석이인데 걔네도 그거 모르고 그랬을리가 ㅋㅋㄹㅋㅋ

  • 자유대한민국 · 882084 · 21/03/24 20:31 · MS 2019

    조금만 더 나갔으면 솔방울로 수류탄 만드는 장면이 나왔겠네요
  • 파충양서류 · 967289 · 21/03/24 22:00 · MS 2020

    뮤지컬 중간에 난입해서 재규어 퍼포먼스 마렵네 ㅋㅋ

  • 586반일좌빨대깨문근첩틀니앙몰살 · 1052659 · 21/03/25 12:37 · M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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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6반일좌빨대깨문근첩틀니앙몰살 · 1052659 · 21/03/25 12:37 · M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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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발팀 · 946507 · 21/03/25 14:34 · MS 2020

    닉보소 ㅋㅋㅋㅋ

  • 파충양서류 · 967289 · 21/03/27 22:01 · MS 2020

    박정희 깠다고 풀발하는건 뭐임 ㅋㅋ 얘는 진짜네

  • 파충양서류 · 967289 · 21/03/27 22:02 · MS 2020

    할아버지 오르비말고 어디 탑골공원가서 또래랑 노가리나 까셈 ㅋㅋ

  • 586반일좌빨대깨문근첩틀니앙몰살 · 1052659 · 21/03/27 22:18 · M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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