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표현을 하는데 쓰는 도구이다
오늘은 '언어'와 '도구'에 대해서 각각 좀 이야길 나눠보겠습니다.
제가 수능 국어를 좀 공부하다보니 '언어'를 보면 '한국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도구'를 보면 석기시대 사람들이 만들어 쓰던 돌도끼 같은게 상상됩니다. 대체 이 두가지가 서로 무슨 연관성이 있길레 이 둘을 같이 다루는지 상상이 안될껍니다.
먼저 좀 직관적인 '도구'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자르기 위해서 가위나 칼을 쓰고,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샤프를 씁니다.
그런데 도구는 앞서 예시로 든 유형의 것 말고도 무형으로도 존재합니다. 수학에서는 도구를 '함수'라고 표현하죠. 예컨데 수학에서 '어떤 함수의 미분계수를 쉽게 구하기 위해 쓰는 도구'를 '도함수'라고 명명해두었습니다. 도함수라는 간편한 도구가 있기에 우리는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도 좀 쉽게 미분계수를 알아낼 수 있죠.
(우리가 '툴'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보통 다 도구입니다. 뭘 하기 위해서 쓰이는 물건들을 지칭하는데 특히 컴퓨터나 수학에서는 무형의 툴을 정말 많이 다룹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데에는 특별한 고민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도구를 적당히 다룰 정도의 손재주나 사고력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죠. 미분계수를 구하고 싶으면 도함수에 숫자를 집어넣고 계산해보면 됩니다.
우리가 가위의 세세한 작동 원리를 알거나 만드는 과정을 몰라도, 충분히 손가락 집어넣고 힘을 주면 쉽게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편하게 자주 사용하고 있죠. 도구를 고안하는 것이랑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지식입니다.
이제 도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으니 언어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글이나 말을 표현하는데 쓰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용한 도구를 통해서 우리의 생각과 상상을 쉽게 표현하고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죠. 만약 우리에게 가위가 없었다면 물건을 자르는 일이 힘들었을듯이, 우리가 한국어라는 언어를 익히지 않았다면 읽고 써서 남들과 의사소통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표현하는 도구를 잘 다룬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남들보다 더 빠르고 쉽게 받아들이거나 표현할 수 있죠. 저는 오랜 시간 글이라는 도구를 다루어왔고, 그 덕에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좀 더 잘 다루는거 같습니다.
'언어'를 '표현하거나 받아들이는데 사용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다양한 것을 언어로써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글 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남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도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죠.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80821010010487 )
컴퓨터 언어(혹은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 세상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 의사소통 하기 위해 만들어둔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입력해서 컴퓨터나 다른 프로그래머한테 보여주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죠. 컴퓨터 공부 1도 안해본 저자는 그 도구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이해 못합니다.
수학도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 풀이과정을 쭉 적어놓은 것을 보면 우리가 그걸 보고 문제푼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죠. 한국어는 하나도 안적혀있지만.
그런데 우리더러 수학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라고 하면 좀 힘들 껍니다. 뭐라고 써야하지? y=sinx 정도를 쓰면 아름답다고 느낄까? 참 애매해지죠. 그런데 한국어로 아름다움을 묘사하라고 하면 갖은 예시와 비유를 들어 설명이 어느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어'만' 사용해서 어떤 수학문제를 풀라고 하면 가능하긴 하겠는데 좀 많이 짜증나고 쓸데없이 길어지겠죠. 수학이나 컴퓨터 언어는 좀 객관적이고 수치적인 것들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다르게 직관적이거나 감정적인 것들도 쉽게 표현이 가능한 한국어는 수학언어만큼 엄밀하게 수치를 설명하기에는 좀 힘듭니다.
제가 왜 오늘 이런 언어와 도구 이야기를 하느냐면 수능 국어에서는 이 두가지를 정말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때 그에 효율적인 해법을 사용하면서, 그 해법을 '도구'라고 명확하게 인지해야합니다. 예컨데 닭잡는 칼 소잡는 칼에 관한 속담이 있죠. 닭잡는 칼은 닭은 잡는데 최적화된 도구이고 소잡는 칼은 소에 더 맞춰진 칼입니다.
(칼이라는 도구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자 종류에 따라 최적의 목적에 맞는 경우가 다 다릅니다. 과도로 스테이크 썰려고 하면 결국에는 자르긴 하겠지만 정말 짜증나겠죠
https://m.cafe.daum.net/outdoorchef/IFbW/13?q=D_23ESpBVz-JU0& )
그런데 소잡는 칼로 닭을 잡으려고 한다면 잡기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좀 비효율적이겠죠. 도구는 각자의 목적에 정확히 알맞는 것으로 사용해야 실수나 실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좀 더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인지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목적'을 위해, 그에 맞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너 왜 과일을 그 칼로 잘랐니? 이게 과도랑 비슷하고 과일 크기랑 맞아서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요. 라고 말하면 아주 논리적이고 정확한 설명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또 당연한 이야기죠.
정확하게 목적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도구를 골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면서 시간도 적게 걸리는 정답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일도 4시에 일어나야
-
가나다순 3칸3칸3칸 잭팟메타로 가자
-
연대 빵꾸 5
시간대별 경쟁률 이정도로 낮았던적이 있나요?? 진짜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이정도면...
-
뭔가 멀리서 바라보면 귀여운데 나한테 다가오면 뭔가 무서움 무섭다기보다 거부반응을...
-
댓글 수정하면 오르비 스티커 단거 날아갔는데 이제는 유지된 상태로 나오네
-
국어 너무 안해서 불안해져서 뭐라도 해야뎃음
-
칠전팔기 미2
-
제 프로필이 이상해요. 12
아니 난 남자에 99년에 태어났는데 왜 여자에 90년으로 되어있을까요?? 대체...
-
90 1
90
-
아 개부럽 ..유현주 선생님도 만들어주셨으면 ㅠㅠ
-
이과구요 ㅈㄴㅅ 기준 4칸이랑 5칸 놓고 고민중입니다... 4칸짜리는 최종컷이랑...
-
홍대랑 항공대 1
홍대랑 한국항공대랑 입결차이 어떤가요? 어디가 높은지 궁금합니다~ 다군에 쓸 곳 찾고있어서요...
-
지금 보니까 대략 도시공은 5칸 서강대 수학은 4칸 뜨던데 붙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
가군- 수의대 희망 경북대 수의예 - 4칸 경상대 수의예 - 3칸 이 둘중에...
-
안주무시고계신분들.. 33
몇년생입니가?1. 98년 이상 귀요미.. = 십팔2. 97년 = 193. 96년 =...
-
아놔 열심히 댓글달고 있었늗네 갑자기 글이 사라졋다해가지고글쓴이 : 오빠, 머하고...
-
지금 남은 기간동안 공부계획이국어 - Only 기출수학 - 입시플라이 5개년 평가원...
-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
이문재 - 사막 0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
안녕하세요. 전 지금 그냥 갔다올까 하는데... 조언 좀 구하려고 합니다. 6월...
-
길고양이가 차도를 빠르게 건너가서 놓치고 온 제 그림자를 물끄러미 돌아본다 그림자가...
-
황인숙 - 장마 1
빗방울보다 단단한 것들이 빗방울을 가볍게맞받아치는 소리 들린다또 하염없이...
-
죽을 때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야?죽을 때 모습 그대로...
-
중앙대 철학과vs건국대 경제학과 조언좀 부탁드려요! 6
서울 하위권 경제학과 재학중 올해 편입하여 중앙대 철학과와 건국대 경제학과에...
-
밖에는 비가 오고 아내는 지금 샤워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젖어드는 칠월...
-
중학교 졸업한지 1
9년이 지났어요
-
문인수 - 개펄 0
일몰 보러 갔다. 갯가에 붙여 지은 이 횟집엔 서쪽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
옆에서 심하게 울고 있는 사내가 있다 살아야 하겠는 것누구나 울 수 있는 면허를...
-
흰 하늘이 구부러진다 창문을 열면 나지막한 담벼락이 있고담벼락 고양이가실내를...
-
아침마다 머리맡에는 15층이 있다. 이부자리에 엎드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이건 삶이...
-
수능끝나고 무료한 시간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하고 토론하고 교류해보는거 어때요? 0
수능도 끝났는데 막상 할 것들이 없지않나요ㅎㅎㅎ 저도 2년전에는 끝나면 뭐하고...
-
순간들 0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었던 순간들을 그리워 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인거야도저히 잊어버릴...
-
2014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합니다. #학력 : 무관 #나이 : 무관 #근무시간...
-
가장 어려운것. 0
친구들하고 잘 지내거라 선생님 말씀 잘듣거라시간이 멈춰 있는것만 같았다.졸업식 사진...
-
쉬엄쉬엄 하거라 16
울 엄마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미 군대도 갔다왔고, 서울에서 대학도 다니다가...
-
뭐하고사니 0
너희들은 ...
-
네번째 수능을 치른 후 나는 패배자가 될 줄 알았다.거침없고 허여멀겋고 미흡한...
-
어느 특목고 학생의 한탄.... (고입준비하시는 분 보세요) 3
입시도 끝나가고 시간도 남고 해서 답답한 마음 풀어봅니다 ㅠㅠ저는 중학교때 1등으로...
-
우앜 2
부끄럽다 예전에 쓴 글 지워야지
-
이과 삼수생인데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 크네요,, 도와주세요,, 1
재수 하면서 망했죠 물론 제가 열심히 하지않은 것은 압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수식...
-
고3 : "서울대,연대,고대생들 부럽다...."대1 : "여자 많은과(간호학과)에...
-
2013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일정자세히 보기구분기간원서접수 가, 나, 가·나군...
-
미필,사수해서 마지못해 간 학교,그리고 차마 미련을 떨치지 못해 시작한...
-
만 22살이고 내년1월에 만 23살 되는데현재 외국 대학교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온 상태임..
-
옛날에 여기서 꽤나 폐인처럼 살았는데 그게 무려 5년전.. ㅋㅋㅋㅋㅋ 시간 빠르다...
-
우선 저는 90년생이구요 삼수해서 수능을 많이 망쳐서 국숭세단라인의 상경계 대학에...
-
시간 참 빠르다 1
9009동에서 모두랑 목표 세우고 대입 준비하다 미끄덩해서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간...
-
일단 저는 오르비님들 처럼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준비하게...
-
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아침에 도서관 출첵 정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과...
이분 글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똑똑하신 분인게 느껴짐..잘읽었읍니다 리스펙 bb
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별 의미 없지만 제목을 한 번더 압축해봤씁니다
‘언어, 표현의 도구’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