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능장에서 유쾌한 사수생 만난 썰 3. SULL
6)
그는 창밖을 내다보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사람 옆에 자리를 잡고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 저.. 아침부터 쭉 봤는데요, 왜 그렇게 악수를 하시는 거예요? "
그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말을 했다.
" 많이 불행한가 봐요. "
왓...?
그는 말을 계속해 나갔다.
" 올해까지 4번째 수능을 보는건데, 매년 참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잘 안됐어요.
뭐가 문제일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공부만 열심히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이라는 게 단순히 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더 잘해주고 싶었고.. 뭐 꼭 그게 합격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올해는 붙을까 해서 ㅎㅎ.. "
순간 큰 울림을 느꼈다.
나도 재수생이라는 타이틀을 쓰고선,
공부라는 한 가지만 보고 주변을 너무 소홀히 대했나 싶었다.
스스로 반성을 하던 중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 그럼 아침에 합격 수기는 왜... ? "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그걸 보셨어요 ???? "
당연히. 무슨 A4에 대문짝만 하게 쓰면서..
" 그냥 수능 볼 때마다 루틴 같은 거예요. 하하..
그리고 또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잖아요.
누가 알아요, 정말 그 글처럼 될지. 물론 지금까지는 뭐... "
나는 말을 낚아챘다.
" 올해는 꼭 잘 되실 거예요. "
" 감사합니다. 그쪽도 잘 되실 거예요. ㅎㅎ. "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사실 하기 미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 아닌 눈물을 함께 흘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7)
마지막 시험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어김없이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수고하셨어요. 잘 되실 거예요.
심지어는 감독관님께도 악수를 청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했는데,
서로 말없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초저녁의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교문을 나섰다.
" 근데 아까 그 사람 웃기지 않냐? 무슨 악수를 해 ㅋㅋㅋ "
" 그러게, 재밌네. 근데 한편으론 조금 씁쓸하네. "
" 뭔 개소리야, 피방이나 가자 ㅋㅋ "
길었던 하루가 저물어 갔다.
8)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인지,
사람들에게 악수를 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 공부를 하던 중,
누구보다 유쾌했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합격을 했는지, 아니면 다시 수능을 도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수를 하면서까지 간절했던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진실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나도 그 사람처럼 악수를 해볼까 한다.
혹시 같은 교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다면, 아마 그게 나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올해는 잘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
부족한 글임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쓰다 보니 마지막편은 유머글이 아니네요. 하하..
++
주작이라고 하시는 몇몇 분들에게,
아무래도 유머글이기 때문에 저의 감정 묘사나 비유 같은 부분들 몇 개를 추가했을 뿐.
있는 그대로 썼습니다.
저도 저런 분을 만난 게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
+++
많이 웃읍시다.
행복해지려고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하는 건데.
현재가 아무리 나빠도, 언제까지나 나쁜 건 아니잖아요 :D
일희일비 노노.
우직하고 꾸준하게.
0 XDK (+220)
-
100
-
10
-
100
-
10
-
지들도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니까 대충 돌로 만들어졌다 이러네
-
나한테 그걸 강요하지만 않으면 기분 나쁠일은 없고 그냥 신기함 하나에 저렇게까지...
-
난 죽어서 이 세계 가야겠다
-
ㅇㅈ 11
터졌지롱
-
Oㅈ 박고잠 8
zara
-
다들 행복하세요 8
정말정말로요
-
이제 새벽에 잠 못잔다 19
제발 너 오르비에 얼굴깠어? 연락 오지마라 예전부터 인증메타 구경허면서 한 번은...
-
저는 그냥 흔한 가짜입니다
-
대충 6번의 파일 날림을 겪었지만 결국엔 완성했습니다! 내일 오전 수업 끝나고 바로...
-
이세계물의 시초 0
제로의 사역마를 보자 확실히 옛날 꺼라 분위기가 그립다
-
작년부터 정시한다고 깝치다가 모의고사 성적 안 나올 때마다,(사실 잘 나온 적이...
-
가끔 쇼츠 댓글 보면 인류애까지 상실되는 기분인데 오르비는 그래도 따뜻함
-
반만 ㅇㅈ 하고 탈릅을 13
옯생 진짜 첫 인증임 머리 감은거 맞음! 운동하고 와서 저럼 아이폰으로 바꾸니까...
-
N수생들아... 1
현재 재수중인데 아무리 해도 현역 때랑 성적이 비슷해서 걱정입니다. 공부 방법이...
-
망해도 불안한 것 같음 3덮 망하고 정신 나간 것처럼 공부만 하다가 5덮 잘 보니까...
-
저는 0
남르비입니다 다들 ㅇㅈ ㅇㅈ 하길래 뭔가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었어요
-
택배비 포함해서 만오천원 사례할게요ㅠ
-
크아아아
-
연관논리가 핵심인 문제인데, 발문에서 사람 P와 Q의 세포 ~~ 부분이 어색해서요....
-
드디어!!
-
근처 편의점 가려고 했는데
-
메타돌때 해야지 0
-
중학교 때 고백받은 애 사촌 동생한테 페메와서 얘기하다 친해져서 걔한테도 고백받은 적이 있다는
-
잔다 7
ㅂㅂ
-
한 사람당 기회는 한 번 질문가능
-
문학 연계 4
많이되나? 고3이라 학교내신때 한 문학말고는 수특을 안봤거덩요요그게 한 1/4...
-
6평날은 도시락싸가서 먹어야지
-
다시 1등으로 올리기 위해 후원을 좀 받아요 투자도 됩니다
-
전 작수 때 타임어택으로 마킹 못 하고 2등급 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바꿨는데 사탐런...
-
원래 독서론->문학->언매->독서 단일 지문->독서 가/나형 지문 이렇게 풀었는데...
-
시간 존나 안 간다고 그런 놈이 벌써 소집해제한지 8개월 예비군도 다녀옴 ㅋㅋㅅㅂ...
-
하면 사람들이 저격할까 무서움
-
생각해봤는데 7
내년에 대학가면 무조건 특정당할듯…
-
남혐도 이해 안 되지만 여혐이 더 이해 안 되는게 26
어케 이렇게 예쁜데 혐오할 수 있지? 어서 다들 애니를 보여줘서 치료를 해야돼
-
점심으로 국밥 포장해가는거 괜찮을라나.. 24시간 하는데서 7시 반에 포장할 생각인데
-
화작 15분 문학 22분 < 현대시 , 고전시가를 다 외운 나를 믿는다 나머지 독서...
-
모의고사 학원에서 신청해서 치면 밥은 어케하나요?? 7
도시락 싸가나요??
-
6모 시뮬레이션 0
아침 개쩌는 자신감과 함께 기상 공부는 안했지만 올백을 맞아버릴것만 같다 1교시...
-
근데 남르비 ㅇㅈ중에 21
이런 반응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 같은데 니네 ㄹㅇ 왜그래? 돌았어?
-
내 ㅇㅈ 본 사람들 10
못생긴 한남은 잊어주세요
-
...
-
드릴5 다음? 4
드릴 5하고 있는데 드릴5 다음 드릴4를 할까 이해원 n제를 할까
-
문득 진짜 내가 미쳐가는구나 싶네
-
가지고 계신 분
-
다음 생에는 19
차은우가 되고 싶다
-
평가원은 평가원인가.. ㅋㅋ
-
하고싶은 성별/태어나고 싶은 나라 쓰고 가세요
-
He is KyeongNam bro.
1
1.5
1.75
1.875
ㅋㅋ좋다 이번엔 내가 악수한다
ㅎㅇㅌ!
스크랩
닥 추
이때 딱 사수생 본인등판 하면...
썰추
좋은글 추
닥추
올해 수능날 특) 악수의 장이 열림
ㅋㅋㅋㅋㅋ악수하다가 손에 힘빠져서 마킹잘못하고 국뚜껑 못열듯
19수능팁) 악수하면 오르비언임
마지막 마무리도 완벽 잘읽었어요 ㅎㅎ
대다나다
이거 실화인가요?
근데 수능당일날 아침 모르는 사람이
악수권하면 당황할듯
훈-훈
훈ㅡㅡㅡㅡ훈
필력 무엇..
이런 반전이.. 너무 둏다
'오직 수능만 생각'하지않고 '사람도 수능과같이 생각'하는 사수생이네요
ㅈㅅ ㅋ
ㅋㅋㅋㅋ저도 함
아 웃을 거 기대하고 왔는데 울고 가네ㅠㅠ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무거워져
진짜 실화라는게 너무 신기하다 ㅋㅋㅋㅋㅋ
와..
필력 ㅆㅅㅌㅊ
기승전결 ㅆㅅㅌㅊ 필력 이하동문
굿
와 눈물나네
재수생인 저는 꼬박꼬박 감독관님과 주변에 앉은 사람에게 인사했어요.. 그랬더니 반대편에 앉은 놈이 기침으로 광역테러를..ㅠㅠ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화였어...!??
소설추
유머글이 감동글이 되었네요...
묵직한 감동받고 갑니다
감동글
훌쩍
이게 실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