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nton [696589] · MS 2016 · 쪽지

2017-12-27 11: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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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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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11월.. 검사의 꿈을 갖고 공부하고 있던 문과생에겐 최순실사태란 너무 견디기 힘든 사건이었다


알음알음 전해듣던 루머가 진실로 밝혀졌을 때, 어느 누가 그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할까. 문고리부터 시작해서 십알단..뭐 이런 것들은 난 모두 믿고 싶지 않았고, 그러려고 했다. 실제로 내가 그 시스템의 정상에 올라 그것을 개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던 것들이 11월 촛불시위를 보며 깨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시민의 힘이 모여 시위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주권이 바로서고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시스템이 그렇게까지 썩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러던 중 아주대의 이국종 교수, 그리고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본 영상에서, 난 무언가를 느꼈다. 의사가 된다면 적어도 내가 갖고 있는 정의관을 깨면서까지 환자를 대하진 않겠구나. 외압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일단 난 환자를 살림으로써 내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 그것만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수능을 1주일 앞둔 그날, 난 직감적으로 의대를 가야 함을 깨달았다.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주변에선 격렬할 정도로 많은 반대를 했다. 집안에서부터, 학교, 친구, 그 어디에도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을 찾을순 없었다. 모두 '문과에서 이과? 가능하겠어?' 조롱섞인 반응뿐이었다 (물론 본인은 전과목 1을 찍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글쎄. 난 이렇게 공격적으로 옮겼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나 역시도 수능을 보기 전이었던만큼, 일단은 그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수능날, 난 뜻하지 않게 코피를 흘렸고, 국어와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모두 망쳤다. 당시 정시로는 국민대정도.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것, 난 그냥 이과로 가기로 결심했고, 날 비웃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1년 뒤를 기약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돌아온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이번 수능에서 과기대. 숭실대 정도 라인에 걸렸을 뿐이다.


 물화를 안했기에 공대도 대학가서 힘들고, 어차피 나의 관심사는 공대가 아니다. 오로지 의대만을 바라보고 온 이번 1년에서, 난 무엇을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답은 내년에 한번 더 수능을 보는 것이지만, 이번엔 올해의 성과를 바라본 사람들의 무조건 대학을 가라는 말 뿐. 아마 이번엔 그 말을 어기긴 힘들 것 같다. 다수의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의 꿈을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 올라갈 수 없는 산에 무턱대고 올라가려 하는 건지, 올라갈 수 있는 산의 중턱에서 포류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난 이번에도 한번 더 배수의 진을 칠 생각이다. 학고반수..견딜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뭐. 아무도 안믿는데, 나라도 믿어야지. 점점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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