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 [11804] · 쪽지

2008-11-14 19:32:25
조회수 26,854

이해가 안가는 입시제도와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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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맘때만 되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현재는 대학생이고, 미국 스탠포드 수학과 재학중임을 일단 먼저 밝힙니다. 저도 한국에서도 학교 다녀봤고 수능 수학 영어 과외도 많이 해봤고, 방학때는 학원 강사 생활도 했구요. 일단 수능 보신 분들 그리고 보신분들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다는점 아쉽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과외한 아이들 학원에서 가르친아이들한테 전화 한번씩 해보고, 잘본아이들은 멀리 미국까지 문자도 날려주고 전화까지 해주신 부모님들도 계셨구요, 제가 말하고자하는건, 수능 이상의 이야기 입니다. 한 어머님께서 고민을 하시더라구요, 저도 이것때문에 중간-_-고사 (저희학교처럼 10주에 중간고사 3번 보는 믿힌 학교는 없나요 ㅠ ㅠ,) 떄문에 쩔고있지만 green\'s theorem은 이미 해독불가로 뇌수가 끓-_-기 직전이네요 ㅠ .ㅡ

방학때 학원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수원 출신이고, 저희 형 선배의 소개로 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죠. 입시설명회를 잘해서 한반에 수강생도 40명정도 됬으니 첫타치고는 꽤 잘한듯 했구요 ㅎㅎ.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학생중에 외고학생이 한명있었는데 그 학생은 저한테 과외도 받고 학원도 다니고 해서 많이 접할 기회가있었습니다. 어머님 말씀이, \"사실 저희 xx성적이면 일단 인서울 의대는 갈수있을것같은데 전 xx의대가는거 별로 반기지 않아요, 아이가 몸도 약하고 해서 가서 잘 버틸수있을것같지도않고, xx 는 공대 체질이라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사실 저 좀 시니컬하기도하고, 상당히 현실적인 부분도있어서 \"수능 보고 고민하셔야죠.\" 라고 말할뻔헀으나-_-; 학생도 믿음직하고 해서 그냥 제 생각 말씀드렸습니다. \"글쎄요, 공대가기엔 점수가 좀 아까울수도있고, 의대가서 적응못하면 그것도 진짜 아니구요. 근데 아이 적성은 아무도 모르는거예요. 사실 대학들 웃긴게, 어떻게 전공간에 격차를 둬서 커트라인이 생기는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네, 정확한 답변은 드릴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리고 오늘 편미방 관광당하고 담배피고있는데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선생님!!! 저 xx인데요 수학 다맞았어요! \"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님꼐서 전화를 낚-_-아 채시더군요. 그리고 고민에 빠지신듯 하더라구요, 총점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어 1개, 외국어 1개, 화학2 1개, 화학1 1개 그리고 나머지는 다 맞은것 같더라구요. 아 아름다운 점수이긴 하지만 어머님은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서울대 공대인지, 아니면 서울대 의대인지. 사실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당사자의 경우는 미래를 결정지을수도있는 중요한 고민인것같아서 저도 말을 조심스럽게 이어나갔습니다. 어머님은 점집을 한번 가서 자세하게 물어봐야할것같다는 말씀도 하셨고, 저는 제가 잘 아는곳을 소개시켜드리죠.. 라는 농담도 했고 ㅎㅎ 그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자, 하지만 저의 고민은 전화가 끝나고 이어졌고, 내일-_-이 중간고산데 걍 공부가 안되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저같은경우는 사실 수학과에 몸담고있지만, 문과와 이과를 적절히 섞어놓아 마치 중-_-간에 있는 성향을 띄고있어서, 한국 학교에서 문과 이과 선택하라고 하면 아마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학은 싫고 수학은 좋고, 영어는 좋고 사탐은 싫고 뭐 이런;; 아마 이런 고민 하신분들 많으실겁니다. 근데 어쩌나요, 이미 문과 이과는 나누어져있는걸요, 그리고 그중에 하나 선택해서 수능봐야하는거구요, 그래요 그거까진 뭐 인정하도록합시다. 한국의 입시규모가 워낙에 큰것도있고 이월이 안된다는점도 문제가있지만 크게 인정하도록할게요. 근데, 왜 대학들은 과 별로 격차가 생기는 걸까요. 저는 이 사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학들의 입장도 이해가 백번 가긴합니다. 어차피 대학도 나라가 정해준 입시제도에 따라야 하니깐요. 그럼 문제는 어디서 생기는걸까요, 아마 입시제도가 유연하지 않다는점이 가장 큰것같습니다.

수능 한번 못보면 다시 재수해야죠, 재수해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구요, 그리고 삼수하고 나면 군대오라고 편지오고 ㅠ ㅜ,,, 이것저것 살기 힘든 세상인데 입시제도마저 촌철살인을 해버리니, - 사실 이건 한 국가의 젊은 인력 낭비라고 봅니다. 고등학교떄 점수 1점 2점 더 잘맞느냐 누가 적분 잘하느냐 누가 국사 더 빠삭하게 알고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똑똑하고 똑똑하지않은 학생을 구분할수있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 될수도있겠지요. 그래서 도입한게 대학별 고사인것같지만 이것도 뭐,, 그닥 소용은 없다고 봅니다.

제 소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은 단과별로 뽑으면 안되고 대학별로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첫째로, 전공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을거구요, 아 솔직히 갓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인문을 전공할지 자연을 전공할지 어떻게 압니까. 고등학교떄 배운 지식들, 물론 기초를 닦는다는 입장에선 엄청나게 중요한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대학 들어와서 인문/자연 수업듣다보면 다시 새로운것을 배우게 되는게 다반사구요. 두가지 경우가 있겠지요, 무작정 학교이름을 위해서 자신에게 맞지않는 낮은 과를 진학한 학생, 자신이 공부하는것에 만족할수도있지만 그렇지 않을수도있습니다. 반면에 자신의 점수보다 낮은 과에 관심이있는데 그놈의 점수가 아까워서 더 높은 과에 진학한 학생, 만약 전공이 자신한테 안맞으면 누구탓 해야할까요 ㅠ ㅠ,,,

하지만, 저런 고민하기전에 더 큰 문제가 있지요, 만약 대학별로 뽑는다고해도 우리나라는 점수로 끊어서 학생들 뽑을것같거든요. 에효;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글 써봅니다. 저도 대학 들어오기전에는 경제학과 생각도 해봤고, 미술사 전공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1학년때 이것저것 많은 수업 들어봤구요, 일단 경제학은 저랑 코드가 잘 맞지않는거라 생각이들었고, 미술사는 굉장히 심-_-각해서 저랑은 별로 맞지가 않더군요, 공부할때 지루하지 않게 할수있는 과목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 혹은 공부할 과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들으면서 깨달은점은, 생각지도않았던 학과목들이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의 매력이 아닐까요.? 저희학교는 3학년때 전공을 정하면 되구요, 물론 저처럼 일찍 정하는 사람도있지만, 미국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렇습니다. 왜냐, 대학에선 이것저것 많이 듣고 보고 배우고 해서 자신의 분야를 찾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철학-_-같은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과목인데 수학 공부하다보니깐 철학에도 많이 관심이 생겨서 요즘 \"애용?\" 하고있는 수업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사람 인생 사는게 당장 내일 예측하기도 힘든데 자신이 다닐 대학 4년을 예측하는게 얼마나 힘들까요, 그리고 자신이 공부할꺼 정하는건 다니지 않고는 정말 모르겠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오늘 교수님 한분과 이야기했습니다. 수학과 교수님이고 토폴로지 분야에선 아주 알아주시는 분이지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ㅎㅎㅎㅎㅎㅎ 나 고등학교뗴 수학 \"조홀라\" 못했었는데 ㅋㅋㅋㅋㅋ\" -_-;;; 라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대학와서 수학공부할생각은 하지도않았다고, 그냥 대충 아무거나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우연히 필수과목떄문에 수학을 듣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학과 함께 숨을-_-;; 쉬고 계시는,,;

수능에서 수학좀 못보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대학와서 수학 잘하는사람 많을겁니다. 언어좀 못보면 어떱니까, 다른거 잘하면 그거 하면 되지요. 너무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서울대가 저는 사실 좀 무섭기도 하구요..^^  반에서 1등만 하는 학생이 다른학생들보다 유능하다고 보기는 힘든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반미주의자도아니고친미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국자도아니고 매국노도아닌 그냥; 미적지근하게 살고있는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이들 점수로 줄세워서 대학보내는 제도는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점수별로 전공을 정하는건 정말 더 아니라고 보구요.  

여긴 새벽이네요, 수능 보신 수험생 여러분들, 가슴졸인 학부모님들,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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