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봄이 [652039]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15 23:39:33
조회수 24,676

반수 실패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simmen.orbi.kr/00010124593

제가 글을 잘 못쓰지만 지금 오르비를 보니 작년에 제가 했던 고민을 하시는 현역분들이 많아 글을 남깁니다. 제 푸념겸...ㅠㅠ

참고로 이과입니다.

작년에 31122가 나오고 올해 수능은 그것보다 훨씬 망했습니다. 심지어 원서질까지 잘못해서 생각하던 학교보다 못가서 중앙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합격하자마자 반수커리 짜고 이거해야지 저거해야지 이러면서 준비했었고요. 대학교 1학기는 나름 성실히 다녔습니다. 중간고사 성적으로 학점은 3점대 정도였을거에요. 그러다가 기말을 포기했습니다. 막상 반수시기가 다가오니까 또 어찌보면 합리화식으로 기말고사 안보러갔습니다. 당연히 학점은 말아먹고 학사경고를 받았고요.

그러고 반수시작을 했는데 처음에 강남에 유명한 학원 한 곳에 가서 반수시작을 했습니다만, 첫날부터 엄청 후회했습니다. 분명 반수반인데 무슨 수학을 2주만에 끝낸다느니 말도 안되는 소리고 그걸 떠나서 수학 개정교과랑 맞지도 않고 잘 못 가르치고 다른 유명 강남 학원을 갈걸 하고 후회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마침 강민철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학원에 러셀이 있잖아요. 거기로 옮겼습니다. 단 하루만에요. 뭐 그 전에 있던 학원 담임이 아주 저한테 저주를 퍼붓더군요. 제가 못할거라느니 이 학원 아니면 안된다느니.. 제가 보기에는 그 샘 짬밥만 있어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애들 군기 잡는데 맛들리신 샘이신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그 학원 가라면 말립니다.

그러고 3개월동안 열심히 했는데 9평을 보고 슬럼프가 왔습니다. 예상보다 못보고 다른 반수생들은 잘 봤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러고 결과는 뻔하죠. 9월, 10월에 우울한 날이 없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하루는 너무 울어서 학원도 못 가고 그랬어요. 그리고 정말 하루는 반수 그만 두고 다 때려칠까도 생각했었지요. 그러고 마음 겨우 부여잡고 수능을 봤는데 작년보다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고대 목표로 잡고 시작했던건데 최악의 시나리오인 복학만이 기다리고 있게되었네요.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이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솔직히 말하자면 중경외시 이상으로는 특히 이과 공대 쪽은 그렇게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반수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런 메리트보다는 제 자존심때문에 시작하게 된거였고 지금은 반수 시작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기가 중경외시 이상으로 성적대가 나와서 그 학교에 가서 반수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반수는 생각보다 힘듭니다. 반수 성공후기는 정말 딱 글로만 보면 아 그렇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후기보다 실패후기가 더 많다는 걸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 만약 나중에 자기가 취직하려는 곳이 지금 가는 과랑 전혀 상관없는 과라면 반수는 접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과는 취직은 잘 되는 공대 과 중 하나이지만, 출판업 쪽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공대랑 전혀 상관 없는 쪽이죠. 심지어 그 쪽 채용 정보만 봐도 어느 과든 상관이 없다고 되어있습니다. 다만 4년제 대학졸업이라는 학력이 필요해서 지금 복학을 결심하게 되었구요. 저와 같은 경우시라면 반수는 한 번 깊게 고민해보세요. 솔직히 놀다가 다시 공부하기도 힘들고 걸쳐있다는 거에 안도감도 들어서 진짜 힘듭니다.


수능 보고 나서 못본걸 직감했고 그러고 복학/공무원 시험 둘 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무원을 별로 달갑게 보지 않는 쪽이라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고 지금와서 내린 결론은 복학입니다. (완전 상향해서 혹시 천운으로 붙는 다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그건 거의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라 단념하고 있습니다)

어짜피 사람 신경안쓰고 다니는게 편하고 대학교 때도 얘들한테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거에 스트레스 받았던 터라 아싸여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복학 하면 일단 학점 복구부터 하고  솔직히 학점이 높든 낮든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라서 학사경고를 다시 안 받게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마 방학에도 계절학기 들으면서 복구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복학 두려움이 앞썼는데 지금은 편합니다. 이런 경험도 제 인생에 필요한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실패를 많이 경험을 못한 터라 좀 자만심에 쩔어 있기도 했고 좀 그랬었어요..ㅋㅋ

어쨋든 반수 생각하시는 현역 분들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시도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오르비나 포만한 사이트 보시다보면 반수생각이 많이 드실텐데 잠깐 사이트 활동은 접으시고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같아요. 그리고 6월 말쯤에 다시 반수생각이 나실텐데 그 때도 꼭 깊이 생각해보세요. "내가 작년보다 혹은 작년만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확답이 드시지 않는다면 그 때는 확실히 접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반수 실패 후기였습니다.

수능 성적을 떠나서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결과있으시길 바래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평가원을믿나요? · 692144 · 16/12/15 23:44 · MS 2016

    삼반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한번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 바나나껍데기 · 490760 · 16/12/16 02:45 · MS 2014

    고생많았어요!

  • 매너티 · 486658 · 16/12/16 09:03 · MS 2014

    경험에서 우러나온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재수를 했고 현역과 재수 시절에는 대학만이 목표였어요.입결표에 따른 대학 급간에 목숨걸고...탈출하고 보니 대학 급간 이 아~~주 무시 못할건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만큼 절대적인건 저~~~얼대 아니라는겁니다.
    대학부터는 진짜로 자기 실력과 노력이 빛을 발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공부에서 멀어지면 좀더 많고 다양한 길이 보일겁니다. 고등수준에 국영수....수준이 아닌 정말 자기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공부가 보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급간 정도 올리겠다고 1,2년 재수 삼수는 한번 더 고려해보심이 좋을것 같아요....1년이면 참으로 많은걸 할수 있는 시간입니다.